"통독 이전 동서독간 활발한 작가 교류는 양국 정부가 저지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정치적으로는 나뉘어진 국가였지만 문화적으로는 하나의 국가였습니다."독일 비평가 후베르트 빙켈스(47·사진)가 한국문학번역원(원장 박환덕)의 초청으로 첫 방한했다. 22일 만난 그는 "통일로 가는 길에 문학이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일을 위한 문화적 공감대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분단 한국의 작가들이 '하나의 문화국가'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빙켈스는 TV 문학프로그램의 사회자로 활약했으며 문학 작품을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문학은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사회 질서가 어떻게 재편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믿는 그는 "오늘날 문학은 무엇보다 미디어와의 관계맺기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정적 방어적인 태도에 머물지 말고 미디어와 정면으로 부딪쳐야 한다.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미디어의 지배 체계를 간파해야 하는 것이 문학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빙켈스는 현재 일간지 디차이트에 서평을 쓰면서 독일라디오방송의 문학담당 편성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이호철씨의 소설 '남녘사람 북녘사람', 신경숙씨의 소설 '외딴 방', 김병익씨의 평론 선집 등을 읽어봤다는 그는 "한국의 문학 작품이 정치와 사회 상황을 적극적으로 형상화하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로 돌아가 신문과 라디오를 통해 자신이 읽은 한국 작품을 소개할 계획이다.
빙켈스는 20, 21일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의 후원으로 부산과 경주를 방문했으며 23일 서울대 독일학연구소에서 문학강연을 하고, 26일까지 고은 황석영 이청준 김광규씨 등 한국작가들과 만나 대담을 나눈다. 특히 황석영씨와의 만남이 기대된다는 그는 "독일에서 북한 얘기를 듣는 것은 달 표면의 소식을 전달받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방북했던 황씨에게서 직접 보고 들은 자세한 북한 소식을 들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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