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연체율 증가와 가계대출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위기를 맞고 있는 은행·카드 등 금융주가 다시 시장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주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과 주요 신용카드사들이 3분기 실적을 잇따라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최근 가계대출 부실화 우려로 폭락했던 금융주는 미국 주요은행의 실적발표 이후 주가가 반등세로 돌아서면서 '위기설'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22일 단기급등에 따른 차익매물이 쏟아지고 3분기 실적 악화설이 제기되면서 4% 가량 폭락했다. 전문가들은 단기급등에 따른 조정은 거치겠지만, 가계대출이 장기적으로 은행·카드주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가계부채증가 수익개선 효과도
외국인은 이날 국민은행, 신한금융지주 등 은행주를 집중 매도했다. 메리츠증권 구경회 연구원은 "지난주 급등한 은행주에 대해 차익매물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3분기 실적 악화설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JP모건증권은 국민은행의 3분기 실적을 2분기 대비 24% 줄어든 3,550억원으로 추정, 목표주가를 6만8,900원에서 6만2,300원으로 조정했다. 하지만 장기 주가전망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
서울증권은 "가계대출의 55%를 점유하는 부동산 담보에 대해 거품 논란이 있으나, 실제로 부실이 나타나려면 아파트 가격이 현 시가보다 25% 이상 하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인택 연구원은 "가계대출 증가는 영업이익 개선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면서 "은행주를 논할 때 가계여신으로 인한 수익악화 가능성만 점치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도 22일 한국투자전략보고서에서 "한국의 내년도 소비성장률이 6∼7%의 안정된 성장세를 지속하고, 신용카드 연체율도 중장기적으로 6% 미만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면서 은행·카드주의 '비중확대'를 제시했다.
반면 갈수록 미국 은행주와 동조화 경향이 심해지고 있어 미국의 경기흐름을 좀더 주시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동원증권 배현기 연구원은 "미국 제조업의 부실화, 브라질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최근 은행주의 반등을 추세전환으로 속단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카드사 순이익 급감
신용카드사들은 지난 주부터 3분기 실적을 공표할 예정이었으나, 7∼9월 급증한 연체율에 대해 어느 정도 대손충당금을 적립할 지 막판 저울질을 하느라 실적 집계가 늦어지고 있다.
당초 17일 실적을 발표키로 했던 외환카드는 올해 1∼9월 202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22일 뒤늦게 밝혔다. 국민카드 역시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15.5% 줄어든 2,950억원을 기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국민카드 연체율은 4.29%로 지난해 동기대비 0.6% 포인트, 카드론 연체율은 2.98%로 1.47% 포인트 높아졌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순이익이 줄어든 것은 정부가 대손충당금 설정기준을 강화해 충당금을 많이 쌓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카드사들의 연체 감축의지가 강하고 시스템 정비도 이뤄진 만큼 4분기를 정점으로 연체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워크아웃 시행에 따라 카드사별로 5∼8%인 다중채무자가 악성채무자로 전환할 경우, 연체율이 다시 오르면서 금융주 약세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증권 송상호 연구원은 "연체 증가율 뿐만 아니라, 대손충당금 신규 설정액이 어느 정도 되는 지가 향후 주가 흐름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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