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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판두르 연출 단테의 "신곡" 3부작/연극이 표현하는 지옥과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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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판두르 연출 단테의 "신곡" 3부작/연극이 표현하는 지옥과 천국

입력
2002.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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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7∼8m의 거대한 철벽으로 둘러싸인 무대 가득 3만 2,000㏄의 물이 넘쳐 흐른다. 언어가 최대한 절제된 가운데 반라 배우들의 기괴한 몸짓, 빛과 음악, 상징적인 도구들이 빚어내는 강력한 이미지의 충격이 홍수처럼 관객을 덮친다. 머리 위에서 소나기 같은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고, 때때로 묵직한 철문이 열리면서 배까지 등장하는 거대하고 환상적인 세계가 지옥과 연옥, 천국을 차례로 그려낸다. 죄와 절망을 지나 정화와 구원에 이르는 영혼의 순례가 그렇게 무대 위에 펼쳐진다.슬로베니아 출신 토마스 판두르(39)가 연출한 단테의 '신곡' 3부작은 영감과 에너지로 가득찬 걸작이다. 1993년 마리보르의 슬로베니아 국립극장에서 초연돼 유럽 연극계에 전례 없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화제작이다. 이 작품은 1999년 독일 함부르크의 탈리아극장에 초청돼 더욱 다듬어지면서 2001년 '지옥' 편, 2002년 '연옥'과 '천국' 편이 새롭게 태어났다. 탈리아극장은 로버트 윌슨, 위르겐 플림 등 우리 시대 최고의 연출가들이 작업 본거지로 삼아온 159년 전통의 명문 극장이다.

탈리아극장이 제작한 토마스 판두르 연출 단테의 '신곡' 3부작을 LG아트센터가 초청해 11월 1∼3일 지옥 편, 5∼7일 연옥과 천국 편을 잇달아 선보인다.

단테의 '신곡'은 단테가 천상의 여인 베아트리체의 도움으로 사후 세계를 여행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려움과 증오로 얼어붙은 지옥, 죄를 씻는 우울한 연옥을 지나 사랑과 구원의 빛으로 눈부신 천국에 이르는 도정을 거치며 인간으로서, 또한 예술가로서 새롭게 태어난다는 내용이다.

이 방대하고 심오한 고전을 무대화한 판두르는 21세기 세계 연극의 주역으로 꼽히는 인물. '초인간적인 예술적 표현력' '상상력 넘치는 연극 환상가'라는 찬사를 받는다.

판두르의 '신곡' 3부작에는 '언더그라운드' '집시의 시간' '여왕 마고' 등의 영화음악 작곡가로 유명한 보스니아 출신 고란 브레고비치가 참여하고 있다. 판두르의 '신곡'에서 첼로와 튜바, 타악기의 라이브로 공연 내내 연주되는 그의 음악은 중세 성가처럼 거룩하고 발칸의 전통음악처럼 신비하며 최후의 심판처럼 위협적이다.

민족 갈등과 내전으로 갈갈이 찢겨져 만신창이가 된 발칸반도 예술가들의 합동작업으로 태어난 '신곡'은 현실을 뛰어넘어 예술의 승리를 보여주는 위대한 징표라 하겠다. 독일어로 공연하며 한글 자막을 제공한다. 지옥편(11월 1∼3일) 금 오후 8시, 토 오후 6시, 일 오후 3시, 연옥과 천국 편(11월 5∼7일) 오후 7시 30분. (02)2005―0114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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