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여섯시부터 일어났어예. 아주 엄격했지예. 그래도 조선족들이 다른 중국인들보다 잘해서 최종 연출 때는 무대에 조선족들만 올라갔어예."월북 무용가 최승희(崔承喜·1911∼?·왼쪽)의 첫 중국 제자인 이인순(李仁順·68·오른쪽)씨가 노인문제연구소 초청으로 방한, 64년만에 고국땅을 밟았다. 이씨는 중국 베이징(北京) '석양홍(夕陽紅)무용단'의 단장을 맡고 있다. 22일 건국대에서 열린 '제2회 국제노인문화제'에 참석, 모국에서 첫 공연을 끝낸 이씨는 심한 대구 사투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어머니 고향이고 선생님 고향이라서 사랑스럽지예. 사랑이란 그렇게 나오는 거지예. 첫발을 내딛는데 눈물이 막 나왔어예"라며 소감을 밝혔다. 무용단은 25일부터 이달말까지 서울과 일산, 안산 등 수도권 일대에서 공연을 갖는다.
이씨 가족은 아버지가 일본군에 징집되면서 38년 대구를 떠나 만주로 향했다. 이씨가 최승희를 만난 것은 16살이었던 1950년 여름. 저우언라이(周恩來)의 초청으로 최승희가 중국에서 제자들을 키우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중국 공산당에서 날 뽑아서 소학교, 중학교, 대학교에 보내주고 체코슬로바키아에 유학도 보내줘서 전세계 무용을 다 배웠어예." 베이징 최승희무용연구소 출신은 재중동포 30여명을 포함해 70여명으로 모두 중국에서 손꼽히는 중앙가무단, 민족가무단에 남았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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