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맨 처음 포착한 것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었다. 국방부는 지난 18일의 비공개 국회 국방위에서 "1999년 초 북한이 농축 우라늄 생산장비를 해외에서 구입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보고했다. 군 당국의 설명에 의하면 이후 국방부는 통상의 관행대로 미국측에 이 첩보를 알려줬고 미국은 이를 추적한 끝에 증거를 확인하고 지난 8월 우리 정부에 알려왔다는 것이다.국방부의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입수한 것은 정보라고도 할 수 없는 '단순첩보' 였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어쩐지 그 말은 '그렇기 때문에 명확한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북한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들린다. 설사 단순첩보여서 북한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해도 지난 3년 동안 우리 정보기관이 한 일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보수집을 위한 장비나 능력에서 미국이 우리보다 월등히 앞서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미국측에 의존하는 것 외에 우리는 자체적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는 말인가.
소위 단순첩보가 입수됐다는 그 즈음, 황장엽 북한 노동당 비서와 함께 망명한 김덕홍씨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플루토늄 대신 우라늄을 이용해 이미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군 당국이 입수한 단순첩보에다 북한의 고위급 인사가 이런 말을 했다면 어떤 정보기관이라도 쉽게 지나칠 일은 아니었다.
결과론적으로 따진다고 억울해 할 게 아니라, 우리 정보기관의 업무수행 능력에 대해 한번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현정부의 햇볕정책 아래 정보기관들이 혹 정치적 선입견을 갖고 일을 한 것은 아닌지도 곰곰이 따져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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