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10월22일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가 프랑스 베리에르의 한 병원에서 72세로 작고했다. 알튀세르는 정신분석학의 자크 라캉, 문학이론의 롤랑 바르트, 철학의 미셸 푸코, 인류학의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와 함께 1960년대 프랑스 지식인 사회의 구조주의 열풍을 이끈 사람이다. 그의 구조주의적 마르크스주의 또는 반(反)인간주의적 마르크스주의는, 그 현실정합성(現實整合性)이야 어떻든, 촘촘하고 현란한 논리로 당대 프랑스 학계에서만이 아니라 1980년대 말 이후 한국 좌파 학계에서도 또렷한 그림자와 메아리를 얻었다. 알튀세르에 의해서, 마르크스의 전기 저작들과 후기 저작들 사이에는 '단절'이 있다는 것이 공인되었다. 그 단절은 인간주의적 마르크스와 반인간주의적 마르크스 사이의 단절이었다.대학 교수가 되지 못하고 모교인 파리 고등사범학교의 철학교수시험 준비반 지도 강사로 이력을 마친 알튀세르는 글쓰기 못지않게 삶을 통해 프랑스 지성사를 요란하게 만들었다. 그의 삶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은 1980년 11월16일 아내 엘렌을 목졸라 죽인 일이었다. 제자인 니코스 풀란차스가 자살한 이듬해에 일어난 이 사건은 철학자 알튀세르의 실질적 죽음이라 할 만했다. 알튀세르는 정신착란 상태에서의 살인이라는 이유로 면소판결을 받은 뒤 10년을 더 살았지만, 주로 병원과 요양원에서 보낸 그 기간에 철학 작업이라고 할 만한 것을 거의 하지 못했다.
그러나 알튀세르는 이 시기에 남은 힘을 추슬러 자서전 '미래는오래 계속된다'를 집필했다. 그의 사후 1992년에 출간된 이 책은 저자가 철학자라기보다는 차라리 작가였음을, 20대초부터 그를 괴롭혀온 우울증에 맞서 오로지 이성을 무기로 수행한 싸움이 그에게 얼마나 힘겨웠는지를 섬뜩하게 보여준다.
고 종 석/편집위원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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