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황영성(61)씨를 광주 미술계의 '대부'라 불러도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다. 지역성과 세계성, 소박함과 모던함을 생활과 화풍에서 함께 조화시키고 있는 그가 22∼31일 박영덕화랑(02-544-8481) 초대전으로 2년만에 서울에서 근작을 선보인다. 광주 작업실을 찾아 그를 만났다."이번에는 재료에 대한 시각을 넓혀보려 애썼다. '가족'이라는 개념 속에 우리의 향토적인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담아보려 한 것은 95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나의 변함 없는 주제이긴 하지만." 황씨가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가족 이야기' 연작이다. '달콤한 가족'도 있고 '둥근 가족'도 있다. 작업실 가득 짜다 만 실리콘 통, 염색 중인 실리콘, 구형 스테인레스, 물감과 캔버스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작가의 말처럼 이번 연작에는 무엇보다 재료에 대한 추구가 돋보인다. '달콤한 가족'은 캔버스에 밑그림을 그린 뒤 실리콘을 직접 염색, 짜서 얹어 말린 작품들이다. 커다란 추상화, 혹은 미니멀 계열의 작품 같지만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울고 웃는 사람들의 모습, 물고기 새 등 동물과 초가집의 형상임을 알 수 있다. 황씨는 이전 평면 캔버스에서 해오던 가족 이야기를 염색 실리콘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사용해 그 지평을 넓혀보려 한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호남평야의 인상을 부감법으로 화면분할해 표현하고, 그 속에 생명력 넘치는 사람들의 모습과 우리 민족의 가장 아름다운 조형물인 초가집을 담았다." 황씨는 서구 모더니즘의 요소인 그리드(격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은 사실 고향의 모습이어서라고 말했다. "1980년대 후반 미술시장이 한창 호황일 때 '내가 이러다간 빠져 죽지' 싶어 캐나다 남미와 몽골리안 루트 여행길에 나섰다. 거기서 인디언문명의 유적과 한국의 반구대암각화를 연결시킬 수 있는 아이콘을 발견했다." 인기 작가라는 허명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다는 말이다. 이렇게 향토성과 세계문명사를 결합시킨 그의 작품들은 잇단 해외 초대전 등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서울 전시회 후 그는 뉴욕 파슨스스쿨 갤러리에서 두 달 동안 '회화와 패션'을 주제로 한복디자이너 배영진과 함께 또 다른 한국적 감성을 선보인다.
/광주=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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