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준(66)의 구수한 목소리가 가을밤을 수놓는다.그가 11월 한달 동안 매주 금,토요일 밤 10시 정동극장에서 콘서트를 연다. 최희준의 콘서트는 7년만. 15대 국회의원 등 본업인 가수 외의 활동으로 바빴던 탓도 있고 완벽하게 준비가 되지 않으면 마이크를 잡지 않는 깐깐한 성격의 소유자인 탓도 있다. 최희준은 "그 동안 본업인 노래를 너무 소홀히 했다는 생각에서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정동극장의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말한다.
오랜만에 서는 무대인만큼 레퍼토리는 가수 최희준을 설명하는 노래들을 총망라한다. 대표곡인 '하숙생'(1966)을 비롯해 '맨발의청춘'(1964) '진고개 신사'(1963) 데뷔곡 '우리 애인은 올드 미스'(1960) 등 전주만 들어도 미소를 짓게 하는 노래들이다. '스타더스트' '오텀 리브스' 등 애창곡도 부른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가요계에 입문해 화제를 모았던 그는 당시 유행하던 트로트 창법이 아닌 프랭크 시나트라, 팻 분 같은 미국 스탠다드 팝 창법을 선보였고 특히 매력적인 저음으로 남자 가수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인생살이에 대해 누구나 공감하면서 사색하고 웃음짓게 하는 노래말로 60년대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가요계에서 손가락으로 꼽히는 대선배인 최희준은 이번 공연을 위해 많은 후배들을 불렀다. 최희준이 아니라면 다른 사람의 공연에 게스트로 서기는 힘들 사람들이다. 여가수로는 정훈희 한경애 정수라 노사연 한영애 이은미 신효범, 남자 가수로는 엄인호 권인하 김종환 박상민 등. 후배들은 자신의 히트곡과 함께 최희준과의 듀엣곡도 준비한다. 사랑과 평화의 기타리스트였던 최이철은 최희준의 가톨릭 대자로 "늘 하던 오케스트라 반주를 바꿔보고 싶다"는 대부의 청을 거절할 수 없어 밴드를 이끌고 무대에 서기로 했다. 후배들과의 협연은 "나도 관객도 음악에 푹 빠져보고 싶어서"다. 노래 사이에는 말을 아낄 생각이다. "말이야 늘 하는 건데, 뭐…"한다.
정동극장은 주관객인 중장년층을 겨냥한 이벤트를 마련한다. 공연에 앞서 오후 8시부터 정동극장 야외 쌈지 마당에서 무료 와인 시음회가 열리고 공연 중 '최희준의 하숙생 모창 경연대회'에 참가하는 사람에게는 음반과 상품을 준다. 50, 60년대의 도장이 찍힌 본인의 월급봉투를 가져오는 사람에게는 입장료의 20%를 깎아준다. 문의전화 (02)751―1500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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