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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행 정문연 교수의 제2차 남북학술회의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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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행 정문연 교수의 제2차 남북학술회의 참가기

입력
2002.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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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 그리고 중국 조선족 학자 50여명은 16∼19일 중국 선양(瀋陽)에서 '민족 전통문화의 현대화'를 주제로 학술회의(사진)를 가졌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이 후원하고 한국정신문화연구원(정문연), 조선사회과학자협회, 옌볜대학 민족연구원이 공동 주최, 발해대학이 주관한 이 회의는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열렸다.이번 회의는 문화다원주의 시대에 우리 전통문화의 현대적 가치를 재평가해 전통과 현대의 만남, 그리고 남북 통합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필자를 비롯한 3국 대표의 기조연설에 이어 2개 분과로 나뉘어 28편의 논문 발표와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우리측 학자들은 전통윤리의 단절, 남북 언어이질화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반면, 김경숙 김일성종합대 교수 등 북한측 주제발표자 7명은 김일성 김정숙 김정일 등 이른바 '3대 영웅'의 삶에 뿌리를 둔 북한 사회의 전통 윤리관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춰 학문적 접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첫 회의와는 달리 진지한 토론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작지만 뜻 깊은 성과였다.

참가자들은 18일 오후 유서깊은 도시 선양의 문화유적을 함께 답사하면서 회의석상에서 다 하지 못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고, 폐막 만찬에서는 내년에 평양에서 다시 모여 더욱 심층적인 학술 토론의 장을 갖기로 잠정 합의했다.

19일 우리 대표단이 귀국 길에 오를 때 북한측은 이례적으로 리 철 조선사회과학자협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참가자 전원이 선양 공항에 나와 배웅을 해주었다. 이 역시 그동안 온갖 난관 속에도 한걸음 한걸음 내디뎌온 교류와 협력의 성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귀국 길에 북한의 핵개발 계획 시인 소식을 접하고는 착잡한 심정을 가눌 길 없었다. 그러나 남북이 단일기를 앞세워 입장했던 아시안게임에서 보듯 우리는 만남을 거듭할수록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음을 체험했다. 다음 세대에 통일되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공통의 문화적 기반을 발굴해 재창조하는 남북의 학술·문화 교류는 계속되어야 하고 계속되리라 믿는다.

/이서행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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