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열린 2002 프로야구 준 플레이오프 1차전(3전2선승제)에서 맞붙은 LG 김성근 감독(60)과 현대 김재박 감독(48)은 야구스타일이 비슷하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세심한 작전을 구사하는 지장타입의 두 사람은 6년 전 플레이오프에서 악연을 맺었다. 먼저 2연승을 거둬 한국시리즈진출을 목전에 뒀던 쌍방울의 김성근 감독이 첫 지휘봉을 잡은 현대 김재박 감독에게 내리 3연패를 당하며 플레이오프 탈락의 쓴맛을 본 것이다.이날 현대 홈인 수원구장서 열린 1차전서 LG가 용병타자 마르티네스의 만루 홈런 등에 힘입어 6―3으로 승리를 거두자 김성근 감독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감돌았다. 그 동안 11차례의 준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승리팀이 100% 플레이오프티켓을 거머쥔 사실을 모를리 없는 김 감독으로서는 6년 만에 마침내 묵은 빚을 갚을 기회를 잡은 셈이다.
당초 대부분 전문가들이 우세를 점쳤던 현대의 발목을 잡은 것은 수비 실책이었다.
1회말 심정수의 2루타로 2점을 먼저 뽑으며 기선을 제압했던 현대는 2회초 2사 1, 2루서 LG 조인성의 평범한 타구를 좌익수 폴이 놓치는 바람에 동점을 허용했다. 어이없게 실점한 현대의 덕아웃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고 LG는 상승무드를 탔다.
2―2로 팽팽했던 승부가 기울어진 것은 5회초 LG의 공격. 1사 1, 2루서 이종열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 만루의 역전찬스를 잡았다. 후속타자가 범타로 물러났지만 LG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계속된 2사 만루서 LG는 용병 타자 마르티네스가 현대선발 김수경의 5구째 직구를 통타, 좌월 만루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승기를 잡았다.
89년 김용국(당시 삼성)에 이은 준 플레이오프 통산 2번째 만루홈런. LG는 8회 박경완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했을뿐 선발 최원호와 마무리 이상훈의 호투로 현대의 추격의지에 쐐기를 박았다. 2000년 현대에서 LG로 옮겨온 최원호는 7과3분의2이닝 동안 삼진만 무려 10개를 잡아내며 3피안타, 3실점의 빼어난 투구로 친정 팀 현대를 잡는 일등공신 노릇을 했다. 2차전은 22일 오후6시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수원=박천호 toto@hk.co.kr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김성근 LG감독=승리는 배터리 덕분이었다. 0―2로 뒤지던 2회초 동점을 만든 조인성이 선발 최원호를 아주 훌륭하게 이끌었다. 조인성의 리드로 잠시 흔들렸던 최원호가 안정을 찾았고 이후 날카로운 제구력을 앞세워 현대 타선을 잠재웠다. 최원호를 선발로 내세운 것은 나름대로 승부수였는데 적중했다. 우리 타선이 활발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상대 선발 김수경의 변화구를 공략하기 위해 열흘 내내 비디오를 보며 연구했다.
김재박 현대감독=상대 선발 최원호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 1회 불안했던 최원호가 2회부터 안정을 찾은 반면 우리 타자들은 큰 스윙만을 고집하는 바람에 공략을 하지 못한 것 같다. 5회 선발 김수경이 마르티네스에게 만루 홈런을 허용한 것은 불운이었다. 김수경은 나름대로 괜찮은 공을 던졌는데도 뜻하지 않게 바람 영향 때문에 나온 행운의 홈런인 것 같다. 2차전서 승부를 뒤집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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