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對)이라크 결의안이 수일 내 타결될 전망이다. 미국이 17일 '선 무기사찰 후 대책 논의'라는 프랑스의 주장을 수용한 타협안을 내놓은 이후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새 결의안 문구를 놓고 막판 조율 작업을 벌이고 있다.하지만 사찰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어떻게 무력행사를 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미·영과 프랑스가 여전히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새 결의안 타결 임박
일단 이라크에 무기사찰단을 파견한 뒤 사태가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군사 행동 등 유엔 차원의 대응을 추후에 논의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이 늦어도 이번 주 안에 채택될 것이라고 로이터, AP 통신 등이 19일 보도했다.
AP는 "미국이 비토권을 가진 4개 상임이사국과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22일께 미국이 결의안 초안을 공식 제출하면 구체적인 사찰 조건 조정 및 승인 절차만 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의) 협상은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상당한 진척이 있었다"고 밝혔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사찰단에 더욱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새 결의안이 무리 없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이라크의 비협조가 계속된다면, 군사력 사용을 허용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해 미국 입장에 한 발 다가섰다.
상임이사국간 협의가 5주째 계속되면서 마련된 이번 돌파구는 미국이 결의안 내용에 '모든 가능한 수단 동원'처럼 군사력 사용을 명시적으로 나타내는 문구를 삭제하면서 프랑스 등이 한결 부담을 덜게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미국은 사찰단에 실무 요원 외에 상임이사국 대표를 포함시키고 사찰단의 안전 확보를 위해 무장 병력을 동행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철회했다.
■넘어야 할 산 프랑스
미국이 많은 양보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프랑스는 여전히 미국의 저의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라크가 유엔 결의에 대해 중대한 위반을 범할 경우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는 결의안 초안 문구를 놓고 프랑스 외교·국방 관계자 사이에서도 설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 대통령 축출을 위해 코소보를 폭격할 때도 미국이 안보리 결의 가운데 '중대한 위반'이라는 용어를 빌미로 유엔 헌장 7조를 자의적으로 해석, 군사 행동에 나선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레바논 프랑스어권 정상 회의에 참석 중인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 장관은 이 문제를 조율하기 위해 19일 서둘러 귀국했다.
특히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과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이 이날 "이라크의 비협조적인 태도가 계속돼도 유엔이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경우 미국과 영국은 국제법에 근거해 행동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프랑스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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