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드림'의 꿈을 안고 한국 남성과 국제 결혼한 재중동포여성이 남편의 학대와 착취에 시달리다 못해 남편 도박빚 1억원을 떠안는 불이익을 감수한 채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서울가정법원 가사9단독 홍이표(洪利杓) 판사는 20일 A(30·여)씨가 남편 B(34)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이혼 판결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1996년 중국에서 친척을 통해 B씨로부터 "서울에서 사업을 하는데 아파트를 비롯, 충분한 재산이 있다"는 말을 듣고 청혼을 받아들였으나 한국에 와서야 남편이 일정한 직업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시부모가 운영하는 식당 종업원으로 서울생활을 시작한 A씨에게 남편은 구타를 일삼았다. A씨는 그 와중에도 알뜰히 모은 돈으로 2000년 작은 식당을 냈으나 남편은 수익금 대부분을 도박으로 탕진했다. B씨는 또 "신용카드를 만들라"고 요구, 아내 명의로 10여개의 카드를 만들어 대출금을 몽땅 도박자금으로 썼다. B씨는 아내가 말을 듣지 않을 경우 딸을 따라 국내에 불법 입국한 장모를 당국에 고발하겠다며 협박하기도 했다.
A씨는 위자료는 고사하고 남편이 카드깡으로 진 빚 1억원을 짊어져야 하는 상황임에도 더 이상의 폭력을 견딜 수 없어 7월 이혼소송을 냈다. A씨 변호인은 "단칸셋방에서 근근이 사는 의뢰인은 빚을 감당할 능력이 없어 소비자파산신청을 낼 생각이나 법률상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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