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은 '민주주의를 위한 필요 경비'라는 측면과 '현대 정치의 필요악'이라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이 중 유권자의 관심사는 민주주의 유지비용으로서의 정치자금이다.왜 정치자금을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제공하여야 하는가? "왜 내가 그들에게 돈을 줘?" 라고 의문을 갖는 유권자가 대다수다. 특히 정당이 정책 경쟁이 아닌 소모적 정쟁만 하고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우리 나라는 기부문화가 활성화 해 있지 않아 아무런 대가나 조건 없이 정치자금을 기부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표시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선거에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투표로 나타내듯 정치자금 제공 행위도 이와 다름없다. 정당에 제공되는 후원금 모금 실적은 정당의 지지도나 인기도를 반영한다. 유권자는 자신의 정치적 의사와 부합하는 정책을 제시하는 정당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함으로써 그 정당이 정책을 수립·추진할 수 있게 하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의사나 이익을 실현하거나 보장받을 수 있다. 유권자가 정치자금을 제공하지 않으면 정당이나 정치인은 정경유착, 불법자금 수수 등 위법한 방법으로 그 비용을 조달하게 된다. 그러면 유권자를 위한 정책보다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쪽의 특수이익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악순환이 계속된다.
정당의 정치자금은 당원이 내는 당비와 국가 보조금, 후원회 후원금, 선거관리위원회 기탁금이 주 수입원이다. 여기서 국민이 부담하는 당비와 후원금이 문제가 된다. 당비는 당원이 내는 정치자금이다. 당원이 당비를 내는 것은 기본 의무다. 우리의 경우 2001년에 전체 당원 6,041,874명중 당비를 낸 당원은 26,872명(0.44%)이었다. 선진국에 비해 너무나 초라하다. 조그만 사적 모임에서도 회비를 내는데, 나라를 경영하겠다는 정당에서 당원이 당비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돼 있다. 당비를 거두지 못하는 정당에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도 모순이다.
후원금은 유권자가 정당이나 국회의원에게 직접 줄 수 없기 때문에 후원회나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하여 기부하는 정치자금이다. 개인이나 법인·단체는 후원회 회원이 돼 정기적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있다. 비회원은 모금집회나 후원회에 찾아가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계좌 입금할 수 있다. 하지만 후원금을 내는데 주저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조달된 정치자금은 수입·지출 내역이 공개돼야 하고,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를 반영하는데 지출돼야 하며, 사적 또는 당원이나 유권자를 매수하는 등 부정한 용도에 사용돼서는 안 된다.
이제 유권자와 당원이 변해야 한다.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깨끗한 정치를 하도록 깨끗한 정치자금을 적극 제공하고 이들에게 금품을 요구하거나 받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나서 정당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의사에 부합하는 정책을 제시하도록 여론을 형성하고 독려하여야 한다. 이것이 정치자금의 원활한 조달과 사용을 위한 국민혁명이요, 선(善)순환을 시키는 원동력이다.
김 현 태 중앙선관위 정당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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