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도와 홈런왕이 됐습니다."승부는 마지막 경기, 마지막 타석에서 갈렸다. 삼성 이승엽(26)이 20일 광주에서 열린 2002 삼성증권배 프로야구 정규리그 최종일 기아전에서 연장 13회 솔로포로 2년 연속 단독홈런왕에 등극했다.
이승엽의 홈런포는 너무도 극적이었다. 이날 경기는 4월 개막한 정규리그의 마지막 경기(532번째). 승패보다 이승엽의 홈런 추가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전날 시즌을 끝낸 심정수(현대·46개)와 홈런공동선두를 달리고 있던 이승엽은 그러나 경기전 오른쪽 무릎이 안 좋아 지명타자로 나서야 했다. 네 번째 타석까지 볼 넷 하나만을 얻었던 이승엽에게 5―2로 앞서던 8회초가 마지막 타석인 듯 싶었다. 상대 투수는 한국시리즈에 대비해 구원등판한 특급신인 김진우. 이승엽은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지만 투수 앞 땅볼에 그쳐 단독 홈런왕의 꿈이 무산되는 듯 했다.
다행이었을까. 삼성은 8회말 기아에게 3점을 내줘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이승엽에게 다시 타격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11회초 내야 땅볼로 물러난 이승엽은 13회 초 1사서 기아의 8번째 투수 오봉옥과 맞섰다. 직구를 포기했던 이승엽에게 마침 체인지업이 들어왔고 이승엽의 타구는 빨랫줄처럼 가운데 담장을 넘어갔다.
이승엽은 시즌 47호 홈런으로 단독 홈런왕에 올랐고 김성한(85, 88, 89년) 장종훈(90∼92년) 등 내로라 하는 선배들을 제치고 최초로 4번째 홈런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삼성이 7―6으로 이겼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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