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일도 아닌데…."남몰래 묵묵하게 어려운 이들을 돕는 폐지수집가이자 어묵장사인 공무원 김대석(39·서울 광진구 노유2동 사무소)씨는 손사래를 치며 기자와의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
그의 선행이 시작된 것은 7년 전인 1996년부터. "퇴근길에 지체장애 모자가 신문과 종이박스가 가득 담긴 손수레를 힘겹게 끌고 가길래 뒤따라가 보니 고물상이었어요. 그곳에서 한끼 해결하기도 어려운 적은 돈을 받아 가는 모자의 뒷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리고 찡했습니다." 당시 광진구 청소과에서 근무했던 김씨는 그 날부터 폐지를 조금씩 모아 이 모자를 돕기 시작했다.
그는 98년 지금의 노유2동 사무소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폐지수집 활동을 본격화했다. 1만7,500여명 주민중에 홀로 사는 노인이 400여명이나 되는 등 노유2동은 다른 동네에 비해 어려운 주민들이 많았기 때문에 할 일도 많았다.
그는 낮 동안 봐 두었던 폐지와 헌옷 등을 근무가 끝난 한밤중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수거했다. 때로는 주위 사람들이 모아서 주는 경우도 있어 그는 자신의 폐품수집을 '모금활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특기할 만한 것은 그는 이 같은 모금활동을 노유2동내에서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점. "폐지수집은 노인들이 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소일거리인데 그걸 빼앗을 수는 없잖아요."
이렇게 해서 생긴 돈으로 라면과 빵을 사 결식 노인과 노숙자 등에게 전달했고 어려운 학생에겐 장학금으로 주기도 했다. 현재 돌보고 있는 불우이웃도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10여명에 이른다.
그는 지난해부터 부득이하게 '사업'을 확장해야 했다. 96년 1㎏에 120∼140원하던 폐지 값이 지난해 30원 선으로 폭락해 돌보는 사람들을 뒷바라지하기가 매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1톤 화물차 1대를 폐지 등으로 채우려면 보통 3,4일 걸리는데, 화물차 3대분의 폐품을 모아 봤자 1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열악한 상황이었다.
그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어묵과 찐빵 장사를 시작했다. 타고 다니던 승용차를 아내 몰래 팔아 마련한 돈에 빚을 합쳐 소형 화물차를 샀고, 어묵과 찐빵기구를 설치해 번듯한 사업장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김씨의 모금활동은 11월 말부터 3,4월까지는 '어묵장사', 봄 여름 가을엔 '폐지수집'으로 구분된다. 올해도 다음달부터 어묵장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우리가 이웃들에게 작은 관심만 갖는다면 세상은 훨씬 나아질 것입니다." 그는 인터뷰가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폐지를 찾기 위해 총총히 떠났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