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5년 10월21일 호레이쇼 넬슨 제독이 이끄는 영국 함대가 스페인 남서쪽 끝 트라팔가르곶 앞바다에서 프랑스-스페인 연합 함대를 격파했다. 33척으로 이뤄진 연합함대는 27척으로 이뤄진 영국 함대의 습격을 받아 5척이 침몰하고 17척이 포획당하고 8000명의 전사자를 낸 채 참패했다. 영국측 전사자는 1600여명이었다. 이 전사자에는 넬슨도 포함돼 있었다. 그는 이 날 완승 직전에 적의 저격을 받아 기함(旗艦) 빅토리아호에서 죽었다. 정유재란 막바지에 이순신 장군이 노량 해전의 완승 직전에 전사한 것을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넬슨의 마지막 말은 "내 의무를 다할 수 있었으니 하느님께 감사한다"였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은 그 해 여름 영국 본토 상륙군 15만을 집결시키고 호시탐탐 침략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지만, 트라팔가르 해전의 패배로 영국에 대한 야심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영국과 유럽 대륙을 가르는 바다는 모스크바의 추위와 함께 유럽의 군사 강국들이 끝내 영국과 러시아를 지배하지 못하게 한 요인이었다. 나폴레옹은 바다에 막혀 영국을 점령하지 못했고, 추위 때문에 수많은 사망자를 남기고 러시아에서 패퇴했다. 제2차 세계 대전 때 승승장구하던 히틀러의 독일도 바다에 막혀 영국을 점령하지 못했고, 추위에 굴복해 소련에서 패퇴할 수밖에 없었다. 대륙간 탄도탄이 무더기로 널려있고 도버 해협을 유로 터널이 잇고 있는 요즘에는 바다가 아무 것도 아니겠지만, 제2차세계 대전 때까지만 해도 막강한 해군을 지닌 섬나라 영국을 넘볼 나라는 없었다.
영국인들은 트라팔가르 해전의 승리를 기념해 1841년 런던 중심부에 트라팔가 광장을 만들고 그 중앙에 높이 50m의 탑을 세운 뒤 넬슨탑이라고 명명했다. 프랑스 관광객들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곳이다.
고 종 석/편집위원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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