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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산처럼/"자연에 안겨 자연으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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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산처럼/"자연에 안겨 자연으로 살아가자"

입력
2002.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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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지음 산처럼 발행·8,000원"자연에 안겨 자연으로 살아야 할 자연의 한 부분이 그 자연을 적으로 맞서 자연에 반역하여 자연을 죽이는 것이다. 이제 앞으로 내가 할 말은 다만 죽어가는 자연을 증언하는 것이다."

환경운동가의 비장한 결의가 아니다. 교육자이자 아동문학가 이오덕씨가 일흔 일곱의 나이에 펴낸 '나무처럼 산처럼'에서 자연의 섭리를 거역하는 삶을 비판하면서 자신의 '임무'를 공언한 것이다.

그렇다고 거창한 주의, 주장을 직설적으로 펴는 이론서는 아니다. 농사를 짓고 있는 아들, 손자 내외와 충북 충주 근처 무너미라는 마을에서 살고 있는 저자가 그곳의 자연 생활을 적은 에세이다. 나무와 산, 냇물, 그리고 짐승과 거기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일러주고 자연에 순응하며 살자는 메시지를 담담하게, 그러나 강한 어조로 적고 있다.

가령 내에서 돌을 줍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어느덧 그 돌맹이가 돈이 된 사실을 꼬집는다.

"내가 돌을 줍는 것은 어렸을 때 고향 냇가에서 돌을 줍던 그 버릇의 연장인지도 모른다. 그보다는 돌을 대할 때만은 괴로움이 없어 좋다…그러나 돌도 결국 돈이었다. 돌 하나를 줍는 취미조차 돈에 연결되어야만 하는 인간이 되었다. 수석이란 걸 찾아오는 사람이 간혹 있다. 마을 사람들도 더러 이상한 모양들의 돌이 보이면 저건 '물건'이 되겠다든지 돈이 될지도 모른다 해서 자기 집 마당 한쪽에 갖다 놓기도 한다."

길조라며 반겼던 까치는 언제부턴가 곡식을 앗아먹고 전기사고를 일으키는 천덕꾸러기가 됐다. 그러나 저자는 이렇게 옹호한다. "요즘 어느 농촌지역에서는 행정 관청에서 까치 왼발 하나를 가지고 가면 5,000원을 준다고 한다…그러나 까치가 그 옛날처럼 흔하지 않다. 까치가 벼를 훑어 먹은 들 얼마나 먹겠나." 이런 저자이기에 책임은 오히려 인간에게 있다. "농약을 마구 뿌려서 벌레들이 다 죽어 없어졌으니, 이제 까치가 먹을 거라고는 논밭의 곡식 밖에 없는 것이다."

책에서 이오덕씨는 나무, 그 가운데서도 감나무를 특히 예찬한다. "봄에도느지막한 5월에 들어서야 피어나는 감나무 새잎은 유달리 윤기가 나서 눈이 부시다. 모든 나무들이 서로 먼저 봄을 맞이하려고 앞장을 다투는 길에서 그 차례를 모두 양보하여 주고 뒤늦게 나온 그 아름다운 마음이 이렇게 유난히 눈부신 빛으로 나타난 것일까." 교직에서 은퇴한 그는 감나무를 보면서 추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단풍 든 감나무잎을 들여다보면 쪽빛 하늘이 쳐다 보인다. 빨강 모자 흰 모자를 쓰고 운동장을 달리는 아이들이 나타난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작가 권정생씨에게 보내는 편지다. 그러나 사실은 시인들의 잘못된 표현을 지적하는 글이다. 가령 윤동주의 '굴뚝'은 감자 구워 먹는 것을 표현하고 있지만 연기가 나도록 불을 피우면 감자를 구울 수 없고 감자는 숯불에 묻어야 구워진다는 사실 등을 윤동주 시인은 몰랐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가 모처럼 내놓은 에세이집에는 현재 살고 있는 동네와 저자의 최근 모습 등을 담은 사진 30여점도 실려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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