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적 보약을 주기적으로 먹어야 했을 정도로 몸이 약했다. '팔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얼마나 영양가 없는 젖을 빨았기에…'라는 것이 나의 주장이지만 내내 건강과는 거리가 멀었다. 입시에 시달릴 때 밥을 한두 술이라도 더 먹이기 위해 새벽부터 따라다닌 어머니는 밥 자체가 보약임을 머리에 박히도록 얘기하셨지만 언제 봐도 똑같은 밥에 입맛이 살아나질 않았다.그때나 지금이나 항상 밥을 찾는 우리의 식습관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그 밥이 변함없는 하얀 쌀밥이라면 누구라도 지루해질 법하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영양가 있으면서 색다른 쌀요리를 쉽게 만들 수 있다.
아침에는 시금치나 근대같은 파란 잎을 씻어 쌀과 같이 갈아 상큼한 푸른 빛의 시금치 근대죽을 만들 수 있다. 쌀을 굳이 불리지 않고도 양파나 대파를 곱게 다져 볶다가 쌀을 넣고 물 또는 치킨육수를 부어 익힌 것은 서양식 라이스필라프이다. 이태리식 리조또는 라이스필라프처럼 만드는 법은 비슷한데 '알단테'라고 해서 씹히는 맛을 더 중요시한다. 파에야라는 스페인식 쌀요리는 큰 냄비에 해물과 야채, 고기와 밥을 한 데 섞어 만들어, 아침식사보다는 저녁식사에 더 잘 어울린다. 호두나 잣, 깨를 같이 넣고 블랜더에 갈아 물의 양만 조절하면 묽은 죽에서 된 죽, 밥까지 개인의 취향에 맞춘 쌀요리를 만들 수 있다.
견과류 외에 밥을 지을 때 콩을 넣듯 요즘 한창인 밤이나 은행을 넣어도 좋고, 밤호박이라는 작은 호박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썬 다음 얹어서 밥을 해도 고구마밥처럼 색다른 맛이 있어 양념장만 곁들여도 일품요리가 된다. 우리나라와 식생활이 별 다를 바 없는 일본의 식사는 바쁜 현대인의 생활방식에 맞추어 더 간편하게 발전돼 가는 것 같다. 아침에는 따끈따끈한 밥에 생계란 한 개와 날로 먹는 일본식 청국장인 낫토나 강판에 간 산마를 올려 섞어 먹는데 이는 건강식품인데다 계란의 부드러움이 섞여 속이 까칠할 때 아침식사로 아주 좋다.
녹차 물을 우려내 밥에 말아 먹는 오차즈케도 어른 아이 가릴 것없이 모두 즐겨 찾는 아침식사다. 이런 오차즈께와 함께 밥에 뿌려먹는 후리카케라는 가루도 밋밋한 밥에 변화를 주는 인기상품. 야채 해조류 콩제품 해산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맛이 있으며 밥 말고도 죽이나 물에 타 먹을 수도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어릴 적 참깨와 소금을 함께 곱게 갈아 따뜻한 밥에 보슬보슬 뿌려 비벼 먹던 밥이 있었다. 이게 바로 한국식 후리카케가 아닌가 싶다. 돈부리라 불리는 밥요리는 조미된 달걀을 야채나 생선, 고기와 양념해 섞고 다시 물과 간장으로 적적하게 간을 한 뒤 프라이팬에 살짝 익힌 후 밥 위에 얹는 덮밥이다. 간단하면서도 촉촉한 맛은 세끼 식사중 어느 때 먹어도 좋다.
눈을 뜨자마자 부엌으로 달려가는 주부들의 한결같은 고민은 반찬이다. 시간이 많이 들지 않는 밥 요리법을 알고 있으면 주부들의 수고도 덜면서 든든한 아침을 시작할 수 있다.
/푸드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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