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개발 파문은 60여일 앞으로 다가온 12월 대선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핵풍(核風)'은 그 충격파가 워낙 큰 데다 주요 대선 주자들의 대북관 및 이념 성향과 맞물려 후보 지지도의 등락을 몰고 올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대선 국면에서 돌출한 대형 변수는 1992년 14대 대선 당시 '초원복집 사건'처럼 처음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번진 예도 있어 현재로서는 확실하게 특정 후보의 유·불리를 단언하기는 어렵다.다만 이번 파문으로 북한 핵개발에 대한 우려와 비판 여론이 고조될 것이란 점에서 현 정부의 햇볕정책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선(先) 평화정착과 '북한 검증'을 강조하며 햇볕정책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 온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커질 공산이 있다.
이 후보는 17일 "정부는 북한 핵개발의 진상을 언론과 야당에 낱낱이 밝히고 한미일 3국 공조 속에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6·15 정상회담이 세계를 상대로 한 정치 사기극임이 드러났다"며 대대적 공세를 벼르고 있다. 이런 상황은 한나라당 대선 슬로건의 핵심인 정권 교체론의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반면 햇볕정책의 계승자임을 자임해 온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나 금강산 관광 등 각종 대북 사업에 깊숙이 관여한 현대가(家) 출신인 정몽준(鄭夢準) 의원에게는 아무래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노 후보는 이날 '세계 지식 포럼'에서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핵 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 무기에 대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우려와 의심을 씻을 수 있는 획기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정 의원은 "정부는 미국을 통해 사실을 확인하고 북한에 해명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두 '핵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어막의 성격이 짙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분위기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북미, 남북의 긴장이 고조되고 이로 인한 경제불안 심리가 확산되면 평화적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 대북 화해협력기조가 다시 힘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노 후보와 정 의원쪽에 오히려 여론의 무게가 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성식기자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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