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전격적인 핵개발 시인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 이라크 전선에 적잖은 영향과 혼선을 불러일으킬 돌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이 올 1월 연두교서에서 '악의 축' 으로 지목한 이라크, 이란, 북한 3국 중 유독 이라크에 대해 무력 응징을 외치고 있는 것은 이라크 정부가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 대량살상무기가 표면적인 이유이다.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부시 정부가 내세우는 전쟁 불가피론이 북한 정권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라크의 핵 및 생화학 등 대량살상무기 보유 여부가 실증되지 않은 부시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이란 점을 고려하면, 응징의 우선 순위는 이라크가 아니라 핵개발을 시인한 북한이 돼야 한다는 논리도 성립할 수 있다.
북한의 핵개발 시인으로 부시 정부는 대 이라크 전쟁 명분에서 대내외적으로 상당한 고민과 난관에 부닥칠 것이 불가피하다.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물론 대부분의 안보리 이사국들이 미국의 대 이라크 무력 사용에 반대하는 것은 무기사찰을 통해 대량살상무기 보유 여부가 먼저 증명돼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따라서 북한을 제쳐두고 이라크를 먼저 공격한다는 것은 미국의 확전 이유가 단순히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에 있지만은 않다는 의혹을 살 수 있다. 그동안 러시아는 미국의 전쟁결의안에 협조하는 대가로 이라크의 막대한 석유자원에 대한 지분을 미국으로부터 약속받으려 한다는 설이 분분했다.
아랍권도 미국의 저의는 사담 후세인 정권 전복을 통해 중동에 대 서방 괴뢰정권을 수립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미국 내 대북 강경론자의 입김도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트렌트 로트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 제시 헬름스, 로버트 스미스, 마이크 드와인 등 미 의회 매파들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 의혹을 들어 대북 강경책을 요구해 왔으나 부시 정부는 "북한은 이라크와 다르다" 는 모호한 논리로 이를 피해 왔다. 여기에는 신의주 특구, 일본과의 수교 교섭 등 북한의 개방 의지가 작용했지만 이라크 확전을 앞두고 불필요한 힘의 분산을 피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계산됐다.
따라서 앞으로 의회 내부에서 터져 나올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의 수위는 부시 대통령의 대 테러전 전략에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인도네시아 발리 테러를 계기로 전쟁보다 테러 척결이 우선이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부시 정부에 북한의 핵개발 시인은 대 이라크전으로 국론을 결집하는 데 또 하나의 '악재'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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