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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영화제 수상 "후광"에 가려진 것은…/"비평과 전망" 6호서 임권택·이창동감독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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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영화제 수상 "후광"에 가려진 것은…/"비평과 전망" 6호서 임권택·이창동감독 비판

입력
2002.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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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가 칸과 베니스 영화제에서 잇따라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한국 영화계가 장밋빛 전망으로 들떠있다. 과연 한국 영화는 관객의 환호와 세계 영화계의 인정 속에 르네상스를 맞고 있는가. 최근 발간된 반년간 문예지 '비평과 전망' 6호는 임권택 이창동 홍상수 등 '작가주의' 감독의 작품세계 분석을 통해 한국 영화의 위상을 진단하면서, 국제영화제 수상이라는 낭보가 오히려 한국 영화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덮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화평론가 강성률씨는 오원 장승업의 생애를 그린 임 감독의 '취화선'이 서구의 시선을 의식해 동양의 정체성을 왜곡하는 '한국적 옥시덴탈리즘(Occidentalism)'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한다.

강씨는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을 들라면 많은 이들이 주저없이 임권택을 꼽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취화선'에는 누구보다도 영화를 통해 한국을 진지하게 통찰하고자 했던 임 감독의 숨결이 전하는 감동이 없다"고 평했다.

그는 '취화선'의 문제점으로 에피소드를 나열한 산만한 구성 클로즈업 기법을 써 한국화의 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서 장황한 대사로 대신하려 한 거장답지 못한 태도 장승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병인박해 동학농민운동 등 시대상의 과도한 등장 '피폐한 삶을 산 민중들의 고통'을 표현하려 썼다는 어두운 조명과 화려한 세팅의 부조화를 꼽았다.

강씨는 "'춘향뎐'과 '취화선'은 한국적인 것을 서양에 알려야겠다는 의식과 칸 영화제 강박증이 낳은 작품"이라면서 "감히 말하건대 그것은 민중들의 고통에 주목해 반공영화와 국책영화라는 진흙탕에서 한 떨기 연꽃을 피워낸 임 감독이 갈 길이 아니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이명인씨는 이창동 감독이 보여준 '대중적 작가주의'의 한계를 짚었다. 이씨는 "이 감독의 리얼리즘은 인물에, 더 정확히는 배우에 의존한다"고 지적하고, "'오아시스'의 대책없는 인간 종두(설경구)의 모호한 리얼리티, '박하사탕'의 연약한 영호(설경구), '초록물고기' 막동이(한석규)의 비극은 두 배우의 무게감이 아니었으면 그만큼 설득력을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또 "이 감독은 주인공이 살인을 저지르고 총에 맞고 총을 쏘고 전과자가 되는 등 자극적인 소재를 택해 리얼리즘 화법 속에서도 무리수를 두고 있다"면서 "그렇기에 이창동식 리얼리즘은 백퍼센트 실현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반면 문화평론가 권정관씨는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 등을 비루한 현실의 구체성에 주목한 '살림의 영화, 생명의 영화'라고 평가하면서 "그러나 모든 것이 시장 속으로만 달려가는 작금의 영화 현실로 보아 자칫 마니아들의 열광의 제물이나 몇몇 담론들에게 첨부되는 데이터에 그치고 말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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