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전처인 성혜림(成蕙琳·65)은 김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金正男·31)을 낳은 '김정일 패밀리'의 핵심 멤버였으나 20년 가까이 은둔 생활을 하다 이국 땅에서 쓸쓸히 삶을 마감했다. 모스크바의 정보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여름 성씨의 장례식은 북측 고위 인사가 참석하지 않은 채 은밀히 치러졌다.경남 창녕의 부호였던 성유경(1982년 사망)과 김원주(94년 사망) 사이의 1남2녀 중 차녀로 태어난 성씨는 한국전쟁 때 가족과 함께 월북했다. 이후 평양 국립영화연극대를 나온 성씨는 60년대 중반 북한 최고의 여배우로 각광 받았다.
성씨가 김 위원장을 만났을 때는 유부녀였다. 성씨의 남편은 월북소설가 이기영(84년 사망)의 장남인 이평이다. 성씨는 결혼 2년 만에 남편을 버리고 김 위원장과 동거를 했고, 71년 정남을 낳았다. 아내를 빼앗긴 남편 이평은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씨는 그러나 83년부터 사실상 모스크바에서 북한 당국의 감시를 받는 영어(囹圄)의 생활을 하게 된다. 심장병 등 지병 치료를 위해 러시아에 체류했다는 설(說)이 유력하나, 김 위원장과의 관계가 악화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성씨는 96년 2월 언니 혜랑(蕙琅·67) 등과 함께 모스크바를 떠나 스위스로 망명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국제적으로 주목 받았다. 성씨는 그러나 이후 프랑스에 망명한 언니와는 달리 이내 모스크바로 돌아왔다. 혜랑의 아들로 82년 남한에 귀순한 이한영은 97년 2월(당시 37세)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괴한에게 피살됐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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