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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4/검찰, 이번엔 이삿짐센터 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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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4/검찰, 이번엔 이삿짐센터 개업?

입력
2002.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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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검찰은 변장의 명수다. 룸살롱('보스상륙작전')을 차리더니, 이번에는 이삿짐 업체다. 반상회에도 꼬박꼬박 참석하며 검찰에 책잡힐 일은 결코 하지 않는 마약밀매단의 넘버 2 박태호(전광렬). 애인마저 보스에게 상납할 정도로 비열한 그가 300억원 짜리 다이아몬드를 들고 이민 준비를 마쳤다. 검찰은 이삿짐 업체로 위장, 그가 숨긴 다이아몬드의 행방을 쫓는다.조폭영화가 많아지면 당연히 '설정'도 달라져야 한다. 그래서 예의 바른 조폭과 무지막지한 검찰이 등장한다. 아버지가 농약을 마약으로 오인해 맛을 보다가 순직한 경찰의 아들인 최두칠 검사(정웅인)는 "조폭들은 고문 한 방이면 끝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파트너 독고진(소유진)과 이삿짐업체 직원을 가장해 박태호의 집에 잠입한다.

여기에 소년원 출신의 또래를 '갱생'하려는 목적으로 진짜 이삿짐센터인 '익수 익스프레스'를 세운 한익수(김래원)가 끼어들며 검찰과 조폭, 업체의 엇갈리는 갈등이 빚어진다.

코믹하고 발랄한 조폭영화를 만들려던 당초 의지는 그러나 영화 속에서 별로 구현되지 못했다. 한나절 오후의 해프닝을 그리면서 장면마다 지루하다 싶을 만큼 늘어지고, 주인공들의 연기도 실망스럽다. 우직함이 실수로 이어지는 검사의 캐릭터는 과장되어 보이고, 보스의 정부 광자(예지원)의 연기와 박태호의 코믹 몸짓과 대사도 어색하다.

'개그콘서트' 의 '봉숭아 학당'코너 원작자인 김현진의 시나리오로 제2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이기도 하다. 당시 기발한 상황, 개성있는 캐릭터의 충돌로 호평을 받았고, 많은 제작사가 탐을 냈던 작품.

그런데 막상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그 매력들이 실종됐다. 매끄럽지 못하고, 웃음을 주는 박자와 리듬을 잃은 평면적이고 서투른 연출 때문이다. 조폭영화 붐이 인 것은 그만큼 관객층이 많기 때문. 하지만 이 흥행 열차에 편승하려면 좀 더 야무진 티켓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영화는 알려준다.

미국 USC시네마스쿨을 졸업하고 단편 '10407'을 만든 신인 이연우의 장편 데뷔작으로 18일 개봉. 15세관람가.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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