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업(金大業)씨의 녹음테이프에 대한 성문(聲紋)분석 결과 목소리 '판단불명' 결론과 함께 테이프 편집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이정연(李正淵)씨 병역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검찰은 그동안 논란이 된 테이프 조작 가능성을 공식 거론, 테이프 제작 경위 및 조작여부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이 사건의 유일한 물증인 녹음테이프가 증거능력을 상실한 데다 계좌추적에서도 뚜렷한 단서가 나오지 않아 검찰 수사는 사실상 종결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커지는 녹음테이프 의혹
검찰이 16일 발표한 녹음테이프 감정결과는 인위적 편집·조작 흔적이 없다던 대검 과학수사과의 1차 감정결과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어서 검찰 내부에서도 뜻밖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지 편집됐다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으나 테이프 조작여부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이 경우 사법처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수사팀 관계자는 "김씨를 조사한 뒤 목소리 동일인 및 편집 가능성을 종합 판단하겠지만 사법처리는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신중론을 폈다.
목소리 동일인 여부는 1차 때와 비슷하게 '판단 불명'으로 결론이 나 "한인옥(韓仁玉)씨가 김도술씨에게 2,000만원을 주고 정연씨 면제청탁을 했다"는 김씨 주장은 신빙성이 더욱 약해졌다. 그동안 테이프 내용의 사실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던 검찰 수사가 김씨를 향할 공산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이달 수사 마무리
녹음테이프는 비리의혹의 유일한 물증인 데다 병적기록표 위·변조 및 은폐 대책회의, 군검찰 내사 의혹에 대한 수사가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서 수사향방을 가를 잣대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김도술씨가 해외로 잠적한 상황에서 테이프 목소리도 판단불명으로 나타나 검찰은 더 이상 수사할 고리를 찾기 힘들게 됐다. 따라서 검찰이 '참고인 중지'나 무혐의 결정으로 정연씨 수사를 종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은 대통령 선거가 두달 앞으로 다가온 점을 감안, 계좌추적 작업과 은폐 대책회의 수사를 서둘러 마무리한 뒤 이달 하순 수사결과를 발표할 전망이다.
■수연씨 의혹, 꺼지지 않은 불씨?
그러나 최근 김씨의 진정서 제출로 논란이 일고 있는 수연(秀淵)씨 병역문제와 한인옥씨 5,000만원 제공 의혹은 별건으로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불씨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김씨는 "수연씨 병역면제에 직접 개입하고 한씨에게 입막음용으로 5,000만원을 받았다"는 자수서까지 제출, 배수진을 친 상태다. 또 추가 테이프 및 증거 제출 의사도 비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공소시효 경과 등을 이유로 내사 종결하거나 대선 이후로 수사를 미룰 수 있는 데다 김대업씨 주장도 신빙성을 잃은 상태여서 결국 '찻잔속 태풍'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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