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서 근무했을 때의 경험이다. 집은 지하철역에서 약 10분 정도 떨어져 있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골목길을 걷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따라오는 것 같았다. 놀라 돌아보니 승용차 한 대가 아주 느린 속도로 오고 있었다. 황급히 옆으로 피했다. 그랬더니 운전자가 미안하다는 신호를 보내며 앞질러 나갔다. 서울이었으면 '당연히' 경적을 울리면서 화를 냈을 것이다.■ 미국 뉴욕시가 얼마 전 소음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조용한 밤'이 첫째 목적이다.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뉴욕 시민들을 가장 괴롭히고 있는 개 짖는 소리, 자동차 경적 등 각종 소음을 해결해야 한다"며 "소음 공해가 심각한 지역부터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뉴욕시 관계자는 "소음 공해는 지난해 뉴욕 경찰청에 접수된 생활불편 신고 가운데 83%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소음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이다.
■ 국내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서울 성북구가 소음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소음 민원 제로'가 목표다. 성북구는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공사 시작 전에 건설업체가 소음 저감 대책을 반드시 제출토록 했다. 또 공장 레코드점 음식점 등 소규모 상가에서 나오는 확성기 소리를 금지하고, 차량을 이용한 이동 행상의 확성기 소음을 규제키로 했다. 이와 함께 매월 첫번째 일요일을 '소음 없는 날'로 지정했다.
■ 휴일 아침 기분 좋은 늦잠을 깨우는 것은 거의 대부분 이동 행상의 확성기 소리다. 시내 버스를 타면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라디오는 말할 것도 없고, 길거리를 다니면 경쟁이나 하듯 틀어대는 각종 소리에 아예 귀마개라도 해야 할 형편이다. 뉴욕시는 소음으로 주민들의 민원을 야기하는 사람들은 벌금은 물론이고 심할 경우 체포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요란한 음악을 틀고 다니는 차량은 견인할 수도 있다. 그 동안 우리는 소음에 대해 너무 관대했다. '생업'에 관련된 것이니 하고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성북구의 실험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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