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루사'가 휩쓸고 간 강원, 경북 등 수해지역이 늑장 구호비 지급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추석이 지난지 한 달이 돼가도록 추석특별위로금을 지급받지 못한 수재민도 상당수여서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강원도의 경우 15일 현재 이재민 구호비로 책정된 1,700억원 가운데 49%인 834억원만이 실제로 수재민에게 지급됐다. 이중 농경지 등의 피해가 많은 주민이 받는 장기 구호비는 지급대상의 1%인 327명에게만 건네졌다. 주택복구보조금도 전체 피해가구 중 6%에 해당하는 51채에 3억여원만이 지급됐고, 715세대에 지급돼야 하는 주택 세입자 보조금은 고작 2세대에 220만원만이 건네진 상황이다. 특히 추석을 전후해 수재민에게 지급토록 한 특별위로금(5만75세대 892억원)도 5,000여세대가 추석이 지난지 한 달이 돼가도록 못 받고 있다.
구호비 늑장 지급으로 강원 지역의 복구 대상 주택 4,579채 중 39%만이 복구를 끝냈고, 나머지는 아예 착공도 못했거나 설계 또는 공사 중 이어서 상당수 이재민이 집 없이 겨울을 맞아야 할 처지다. 경북 김천시의 경우에도 장기구호비(24억3,800만원)가 절반 가량밖에 지급되지 않았다.
전남도의 경우 재배면적 2㏊미만 농가 중 50∼80%의 피해를 본 가구에 지급토록 된 300만원의 특별위로금을 2만여농가가 받지 못하고 있고, 경남도도 이러한 피해농가가 2,374가구나 되지만 58가구분만 내려와 지급을 보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늑장 구호비 지급은 구호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비가 복잡한 행정절차를 거치느라 아직 지방자치단체에 내려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 등 자치단체들은 "국비가 내려오지 않아 일단 지방비로 구호비를 충당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계획을 수립하고 국무회의 의결, 부처별 자금 배정 등의 절차를 밟다 보니 실제 수재민들에게 돈이 내려 가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이 달 내로 계획된 복구비를 각 지자체로 모두 내려보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춘천=곽영승기자 yskwa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