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뭐가 터질 것인가. 요즈음 국제 뉴스를 다루는 기자들은 긴급 외신이 입전되며 땡땡 경고음을 울릴 때마다 놀라곤 한다. 지난해 9·11 테러 이후 국제부는 긴장의 연속선상에 있다. 전 세계의 정치와 외교, 경제가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를 테러라는 변수에 의해 움직여 가고 있기 때문이다.그 테러의 한 가운데에 바로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직도 알 수 없는 오사마 빈 라덴과 그가 이끄는 알 카에다라는 조직이 있다. 이들은 9·11 이후 발생한 크고 작은 모든 테러에서 빠짐없이 거론됐다. 최근 예멘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프랑스 유조선 폭발 사건과 쿠웨이트 주둔 미군에 대한 총격 사건 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발리 테러 역시 알 카에다가 배후에 있다고 미국은 믿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알 카에다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알 카에다의 소행이라는 명명백백한 증거는 없다. 실제로 알 카에다의 조직적인 작전이라는 게 존재하는지조차 불명확하다. 9·11 테러는 알 카에다가 저질렀다고 치더라도 그 이후의 테러에서 배후와 범인이 밝혀진 것은 하나도 없다. 부시 대통령이 "알 카에다로 봐야 한다"고 표현한 것은 물증이 아닌 심증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대 테러전의 목표는 알 카에다에 맞춰져 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치려는 대외적인 이유도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알 카에다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정황 때문인지 이제 많은 테러 전문가들은 알 카에다가 실체로서의 조직이라기보다는 이슬람 세계 전반에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는 일종의 '이념'이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발리 사건을 포함해 일련의 테러는 알 카에다의 전사가 저질렀거나 직접적인 연관을 가진 것이 아니고, 빈 라덴의 부름에 동조하는 행동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그 실행자는 전 세계적으로 미국에 대한 증오라는 공통적 유대감을 갖는 이슬람인이며 토착적인 무장세력일 수 있다.
이슬람 세계를 겨냥한 미국의 대 테러전 확전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의 이스라엘에 대한 일방적 지지는 이들의 대미 증오심을 더욱 키웠다. 이들은 테러를 저지르기 위해 꼭 알 카에다와 접촉하거나 지시를 받을 필요는 없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발리 테러의 배후를 분석하면서 빈 라덴이나 알 카에다는 이제 군사지휘부가 아니라 인스피레이션(영감)으로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에게 이들은 보이지 않는, 더 이상 제어할 수 없는 적이다. 이들을 섬멸할 수는 없다. 오늘 머리가 떨어진 자리에서 내일이면 새로운 싹들이 자랄 것이다. 그건 테러의 역사가 남긴 교훈이다.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 후세인이 세계 평화에 위협적인 것은 분명하다 하더라도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행동은 지구촌에 더욱 강도 높은 테러의 악순환을 부를 것이다. 이슬람 세계의 지하드(성전)는 더 고취될 것이다. 바로 빈 라덴이 바라는 이슬람과 서방의 충돌이다. 그리고 국제부 기자들은 더 바빠질 것이다. kibong@hk.co.kr
한 기 봉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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