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정몽준 의원에 대해 조기·고강도·전면적 압박 전략을 쓰기로 가닥을 잡은 듯 하다. 당 일각에는 여전히 대선에서의 주적(主敵)을 민주당 노무현 후보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살아있으나 당분간은 정 의원에게 탄착점을 맞춰야 한다는 견해가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14일 정치권에 충격파를 안긴 전용학 이완구 두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은 이회창(李會昌) 대세론의 확산이 주목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정몽준 거품빼기를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조기 공격에 나선 까닭
한나라당은 이회창 대통령후보의 대선 가도를 가장 강력하게 가로막는 위험 인자로 정 의원을 꼽고 있다. 정 의원을 중심으로 한 반창(反昌) 연대의 파괴력 때문이다. 당 내부에서는 노무현 후보가 고리가 되는 반창 연대는 실현 가능성도 낮고 위력도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한나라당은 정풍(鄭風)을 그리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풍(盧風) 처럼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가라앉을 바람으로 봤다. 그러나 중립지역 또는 한나라당 우세지역으로 여겼던 충청권과 강원도 등에서 정 의원의 인기가 치솟는 등 지지도가 계속 상승 흐름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더 이상 관망하다가는 제어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때문에 최근 며칠 동안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되도록 빨리 정 의원에 대한 공세에 당력을 집중, 거품을 빼야한다는 의견이 봇물 터지듯 흘러 나왔다.
정 의원 대권 행보 초기 한때 당 일각에서 이회창 후보로의 단일화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이제 완전히 접은 상태다. 한 핵심당직자는 "정 의원 캠프의 움직임을 살펴 본 결과 정 후보가 이 후보의 손을 들어 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그는 "싹이 더 크기 전에 누르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적인 두들기기로 기세를 꺾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지기반, 정당성 흔들기
한나라당은 정 의원이 자신의 세를 불리기 전에 한 박자 앞서 이를 흔드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총선 민의 왜곡', '다수당의 오만' 등 의원 빼가기에 대한 여론의 역풍을 잘 알면서도 충청권 출신의 두 의원을 서둘러 영입한 것이 그 실례다. 정 의원의 지지도가 현재의 추세를 유지하게 되면 상당수 충청권 수도권 의원들이 정 의원 쪽으로 움직일 수도 있고, 이는 정 의원의 행보에 급속한 탄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었다.
한나라당은 정 의원 출마의 정당성도 시비삼아 끊임없이 흠집을 내고 있다. '정 의원을 고리로 한 반창 연대는 DJ의 작품'이라는 인식을 심는게 주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주요 당직자들은 틈만 나면 정 의원을 'DJ 양자'로 몰아세우고 있다. 공적자금 공세, 대북비밀지원설 등과 관련, 현 정권과 현대와의 유착 관계를 부각하면서 줄기차게 정 의원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파악된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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