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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게오르그-에커트 국제교과서연구소 횝켄소장 방한/"피해국주장 수용이 교과서 공동연구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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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게오르그-에커트 국제교과서연구소 횝켄소장 방한/"피해국주장 수용이 교과서 공동연구 열쇠"

입력
2002.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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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과거사 인정 문제를 서둘러 마무리짓고, 전쟁을 벌였던 나라들과 진정한 화해를 이루기 위한 교과서 공동연구에 나서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성과를 거뒀다. 독일 게오르그-에커트 국제교과서연구소는 독일-프랑스(1950년대), 독일-폴란드(70년대), 독일-이스라엘(80년대) 간 교과서 공동연구를 성사시킨 국제적인 교과서 연구기관. 14일 방한한 볼프강 횝켄(50) 소장을 만나 교과서 공동연구를 둘러싼 독일의 경험과 답보 상태에 있는 한·일 교과서 문제에 대한 그의 조언을 들었다. 독일 라이프치히대의 유럽사 주임교수를 겸하고 있는 횝켄 소장은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에서 '국가간 상호 이해 증진을 위한 교과서 개선'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17일에는 역사교육연구회 주최 간담회에 참석해 교과서 협의 사례도 소개한다.―독일이 프랑스, 폴란드 등과의 교과서 공동연구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독일은 국가적 차원에서 나치 지배와 유태인 대학살의 과오를 공식으로 사죄하고, 피해자 보상정책을 실시했다. 또 교과서를 화해의 도구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교과서 공동연구 작업에 있어서도 피해국의 주장을 전적으로 수용하려고 노력했다."

―교과서 협의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

"폴란드와의 협의 때에는 70년대까지 양국 국경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힘들었다. 30년 동안 300여 명의 연구원이 매달렸을 정도다."

―최종 결과물로 나오는 교과서 공동권고안은 어느 정도의 효력을 가지나.

"강제력은 없다. 공동권고안을 반영할 지 여부는 교과서 저자, 출판사 등이 결정한다. 때로는 무시될 수도 있다."

―교과서를 공동 연구하면서 당사국간의 의견이 엇갈릴 때는.

"모두가 동의하는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다. 두 나라의 역사적인 사건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고, 학생들에게 판단할 기회를 주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독일과 달리 한·일 간 교과서 공동연구 협의는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

"일본은 히로시마 원폭투하로 인해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 과거사 인정문제에 대한 일본과 독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일본에서도 전쟁 책임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독일처럼 국가적으로 인정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일본의 경우 위안부문제 등을 기술하는 것을 '자학(自虐)사관'이라면서 꺼려 한다. 또 역사교육이 국민의 주체성을 고양하는 데 이용되는 측면도 있다.

"역사교육은 학생의 자기 반성적이고 다양한 시각에 의한 사고를 계발하여 과거를 비판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국민의 주체성을 육성하는 문제로 간주할 때, 교과서 공동연구 활동은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

―공동 교과서 연구를 통해 독일이 얻은 경험은 무엇인가.

"분쟁을 일으키고 책임을 인정하면 국가의 역사적 정체성을 훼손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독일도 1950, 60년대에는 교과서에 나치 지배와 유태인 대학살에 대해 언급하지 않거나 소홀히 다뤘다. 그러나 독일은 70년대 이후 두 가지 문제를 교과서에서 중요한 과제로 재기술 했다.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태도는 독일의 역사적 정체성을 발전시켜나가는 데 도움이 되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獨 국제교과서연구소

75년 특별법으로 설립된 공영 교과서 연구기관으로 유럽 각국의 역사, 지리, 사회과 교과서를 비교연구한다. 1950년대 독일-프랑스 역사교과서 공동연구의 산파역할을 했던 역사학자 게오르그 에커트가 51년 설립한 사설연구소를 모태로 하고 있다. 주정부와 중앙정부의 보조금을 받지만 독립기구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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