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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민주당의 국회사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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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민주당의 국회사유화

입력
2002.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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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학(田溶鶴) 의원의 탈당으로 민주당은 이틀째 격앙 상태이다. "집권 야욕에 눈이 멀었다" "정치공작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사과하라"는 등의 격한 표현들이 당내에 넘친다.국회 파행이 계속 중인 가운데 전날에 이어 열린 15일 오전의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50여명의 의원들이 한나라당 성토를 쏟아냈다. 의원들은 이 후보의 후보직 사퇴 및 정계은퇴를 요구했고 전 의원의 즉각 복귀를 촉구했다. "본회의에 참석해 대정부질문에 대한 정부측 답변을 듣자"는 의견이 일부 나왔으나, 봇물처럼 쏟아지는 한나라당 규탄 발언들에 이내 파묻혔다.

민주당이 '국회 불참'이라는 강경 투쟁으로 나서게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후보단일화 문제를 두고 당내 사정이 민감한 시기에 의외로 한나라당에게 의원을 빼앗기는 일격을 당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의원 빼가기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 온 한나라당측의 식언(食言)도 문제삼고 있다. 몇 해 전만 해도 민주당으로부터 의원 빼가기를 당하고 나서 지역구 의원이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토록 하자는 선거법 개정안까지 제출했던 한나라당이고 보면 '자발적 입당'이라는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 면도 있다.

하지만 이틀 째 본회의 참석을 거부한 민주당의 대항방법은 결코 옳은 것이 아니다. 민주당 주장대로 한나라당의 행태가 '의회정치 파괴행위'라면, 민주당의 이런 대응은 의원 본연의 임무인 '의정'을 사실상 포기한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이날도 국회 내 국무위원실에서는 김석수(金碩洙) 총리를 비롯한 8개 경제부처 장관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국정 업무를 뒤로 한 채 본회의 개의를 기다리느라 앉은 채로 여러 시간을 허비했다. 이날 국회에서 만난 한 정부 관리는 "국회가 의원들의 사유물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를 귀담아 들을 줄 아는 자세가 민주당에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철 정치부 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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