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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Asiad/이봉주 마라톤 2연패… 함봉실 이어 "코리아 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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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Asiad/이봉주 마라톤 2연패… 함봉실 이어 "코리아 천하"

입력
2002.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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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봉주였다."제가 우승했듯이 꼭 우승해 달라"는 북녀 함봉실(28)의 염원에 이봉주(삼성전자·32)가 멋지게 화답, 남남북녀가 마라톤을 석권하는 새로운 역사가 쓰여졌다. 이봉주는 14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을 출발, 황령산을 끼고 해운대를 돌아오는 42.195㎞구간에서 열린 남자마라톤에서 20.7㎞지점부터 선두로 치고 나가 독주를 거듭한 끝에 2시간14분04초의 기록으로 월계관을 썼다. 이봉주는 아시안게임 51년 역사상 처음으로 마라톤에서 방콕대회에 이어 2연패를 이뤘다. 또 한국은 90년 베이징대회(김원탁)부터 이 종목에서 내리 4연패를 달성했다.

섭씨 23도 안팎의 쾌청한 날씨 속에 오후 3시에 시작된 레이스는 초반부터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태극 머리띠와 짙은 밤색 보안경을 쓴 이봉주는 조심스레 레이스를 전개하다 8.5㎞지점에서 선두그룹의 맨 앞으로 뛰어나갔다.

경기의 윤곽은 15㎞지점에서 드러났다. 선두권은 한국의 이봉주와 임진수(24·코오롱), 일본의 다케이 류지와 시미즈 고지의 한일전으로 압축됐다. 일본선수들과 서로 선두를 양보하려는 심리전을 펴던 이봉주는 20.7㎞지점에서 앞으로 치고 나가는 승부수를 던졌다. 당초 계획한 35㎞ 지점보다 앞선 지점이었다. 이른 감은 있었지만 체력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때부터 이봉주의 기분좋은 독주는 계속됐다.

이봉주는 25㎞지점에서는 2위 다케이와의 간격을 80m차이로 벌렸다. 30㎞지점에서는 2위로 다시 치고 올라온 시미즈를 179m까지 따돌려 사실상 대세를 결정지었다. 다케이는 3위로 처졌다.

남은 구간은 자기와의 싸움이었다. 이봉주는 은근한 오르막이 시작되는 35㎞지점부터 힘에 부친 듯 이를 악물었다. 이어 40㎞를 지나자마자 물로 목을 적시는 여유를 보인 이봉주는 마지막 오르막 1㎞구간을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넘은 뒤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부산=아시안게임특별취재단

● 이봉주 일문일답

"마라톤에서 남남북녀(南男北女) 우승을 이루게 돼 더욱 기쁩니다."

아시안게임 2연패(連覇)를 달성한 이봉주는 레이스가 끝난 뒤 "1위로 골인하면 더 힘이 생기는 법"이라며 전혀 지친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태극무늬가 새겨진 초록 도포를 입고 시상식을 마친 그는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에 다시 도전해 꼭 우승하고 싶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소감은.

"힘든일 다 참고 묵묵히 도와준 아내를 빨리 보고 싶다."

―평소 스타일과 달리 일찍 승부를 걸었다.

"경쟁선수들의 페이스가 너무 처졌기 때문이다. 기본 성적은 내야 체면이 서지 않는가. 20㎞ 이후 다른 선수들이 힘들어 하는 느낌을 받았다. 힘을 비축했기 때문에 조기 승부의 부담은 없었다."

―대낮에 경기가 열려 힘들지 않았나.

"경기 초반 맞바람을 안고 선두로 뛸 때가 힘들었다. 더웠지만 외국서 뛰는 것보다 훨씬 편했다. 자신감 덕에 경기도 잘 풀렸다."

―언제까지 뛸 수 있는가.

"체력에 문제가 없는 이상 더 큰 목표를 위해 계속 훈련할 것이다. 기록경신에 대한 욕심도 있다."

/부산=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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