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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록](2)신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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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록](2)신중현

입력
2002.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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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미8군 무대에서 '재키'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모았던 기타리스트 신중현은 애드훠(Add 4)라는 4인조 밴드를 결성했다. 아직 비틀스가 세계를 호령하기도 전이었지만 하려는 음악은 비틀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흑인의 블루스와 백인의 컨트리를 근본으로 1955년 미국에서 생겨난 새로운 음악, 로큰롤이었다. 대중음악이라면 트로트 아니면 트랜지스터 라디오로 듣던 외국 노래가 전부였던 한국에 처음으로 자생적인 록이 뿌리를 내리는 순간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음악을 알리고 접목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돌아보는 신중현(64)이 한국 록의 대부로 불리는 첫번째 이유다.한국 최초의 록 밴드인 애드훠는 2년 뒤인 64년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트로트가 아닌 음반을 냈다. '빗 속의 여인' '내 속을 태우는구려' (후일 펄 시스터스의 '커피 한잔') 등이 이 때 노래다. 신중현은 "멜로디나 리듬은 동세대의 외국 음악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지 않았으나 이상하게 우리말로 하면 가사가 유치해져 노랫말을 만드느라 1년간 고심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중은 낯선 가요를 부르는 애드훠를 외면했다. 오히려 비슷한 시기에 번안곡을 주로 불렀던 키 보이스가 '한국의 비틀스'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비틀스도 별 것아니라고 여겼는데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던 신중현은 다시 미8군 무대로 돌아갔고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는 밴드를 하며 펄 시스터스, 김추자 등의 히트곡 제조기로 "이중생활을 했다."

'님아' '봄비' '님은 먼 곳에' '늦기 전에' 등이 연달아 히트할 무렵 미국에서는 히피와 사이키델릭 록이 등장하고 하드 록, 재즈 록, 서던 록, 컨트리 록 등 록의 세분화가 시작되었다. 첨단 사조에 민감하면서도 자기 음악을 추구했던 신중현은 다시 한번 새로운 음악을 대중에게 선보일 결심을 했다. "모두 자신의 뿌리에 근거해 록을 하는데 나도, 우리나라도 빠질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적인 록에 대한 최초의 자의식이었다. 이남이, 김호식과 지극히 한국적인 이름으로 최초의 3인조 밴드인 엽전들을 결성하고 전통의 5음계로 노래를 만들었다. 한국의 가락과 록을 접목시켜 우리 만의 정서와 보편적 감각을 두루 만족시킨 '미인'(1973)은 한국 록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 올린 곡으로 평가 받는다. 신중현을 한국 록의 대부로 꼽는 두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그야말로 '삼천만의 노래'가 되어 '한번 보고 두번보고…'가 무수한 개사곡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신중현 주도로 꽃을 피울 듯 했던 한국 록은 1년여만에 초토화했다. 75년 초 가요계 정화에서 '미인' 등이 퇴폐가요로 금지곡이 되었고 연말에는 '대마초사건'이 터졌다. "60년대 후반 미8군 인맥을 통해 아무도 모를 때 대마초를 배웠지만 후유증이 심해 몇 년을 집에 그대로 쌓아 둔" 신중현은 연예계의 공급책으로 지목되어 79년까지 일체 활동할 수 없게 되었다. 대통령찬가를 만들어달라는 청와대의 청을 거절한 사건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유신시대의 군사 정권이 자유분방한 차림새와 음악, 사람들을 모으는 '노래'를 꺼렸기 때문이다. 비록 신중현은 미국의 히피처럼 반전 등의 메시지를 노래에 담기보다는 사람들의 정서에 호소하려 했지만 시대는 그에게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기성에 '반항'하는 록과 로커의 역할을 지운 셈이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 14팀 어떻게 뽑았나

'한국의 록'에서는 신중현을 시작으로 14개의 팀을 다룬다. 강헌 임진모 김종휘 송기철 등 평론가 4명과 기자가 각각 15팀을 추천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팀들이다.

한국 최초의 록 밴드인 애드훠가 결성된 1962년부터 2002년 현재까지 음악적 업적과 대중적 영향력을 두루 갖추고 한국 록의 맥을 이은 대표자들을 골랐다.

사랑과 평화, 산울림 송골매는 70년대를 상징하고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과 김수철은 80년대 초반의 버팀목. 들국화 시나위 부활 봄여름가을겨울은 록의 르네상스로 불렸던 80년대 중후반의 다양한 흐름을 대표한다. 넥스트는 90년대 초반 댄스에 맞섰던 최전방 밴드며 델리스파이스와 크라잉넛은 후반 인디 록의 대표 주자들. 윤도현밴드는 2002년 다시 살아나려는 록의 기수다.

14팀 외에 키보이스와 딕패밀리, 롤러코스터가 아깝게 순위에 들지 못했으며 동서남북 블랙홀 H2O 크래시 자우림 등도 '강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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