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나이트클럽 폭탄 테러로 인도네시아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증폭되고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대통령이 최대의 정치적 시련에 봉착했다.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테러범 색출 압력에 관광산업 타격과 투자 감소에 따른 경기 악화 우려 등이 겹쳐 지도력 부재로 허약했던 메가와티의 정치적 입지가 더욱 곤궁해지고 있다.
우선 메가와티 정부가 9·11 이후 국제적인 대 테러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서방의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국, 말레이시아 등은 알 카에다와 연계된 테러 세력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고 거듭 경고했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인구의 90%에 이르는 이슬람권의 반발 때문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다.
인도네시아는 9·11 직후 테러 세력을 처벌하고, 자금을 동결하자고 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아직 승인하지 않고 있고, 증거가 불충분한 테러범도 처벌토록 한 대 테러법안을 마련해 놓고도 국회에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당장 미국 정부가 대 테러전의 수위를 높이라는 거센 압력을 가해올 전망이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호주 정부는 14일 인도네시아의 테러 세력 단속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의 한 관리는 "인도네시아는 대 테러전에서 '블랙홀'이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메가와티로서는 2004년 대선 및 총선을 앞두고 이슬람권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대 테러전을 벌이면 군부의 영향력이 증대할 수밖에 없어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도 메가와티 정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압두라흐만 와히드 전 대통령은 13일 한 라디오방송과의 회견에서 "보안 기관의 대응 태세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알빈 리에 국민수권당(NMP) 의원은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감행한다면 테러가 발생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는데 정보기관도 이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정부가 이런 사건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제때에 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도네시아 경제 전체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테러 사건의 직접적인 여파로 당분간 관광객 감소는 피할 수 없는 데다 앞으로 테러 대책에 실패할 경우 인도네시아 투자 여건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급속히 약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분석가들은 그동안 대 테러전이 지지부진했던 데에는 메가와티 대통령의 지도력 부족과 우유부단함으로 정치적 합의가 도출되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면서 메가와티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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