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침체가 오래 계속되고 있다. 거래소 시장 종합주가지수는 600선까지 밀려 있으며, 코스닥 지수는 사상 최저치에서 머물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주식투자 손실액이 40조원에 이른다는 추정도 있고 보면, 주식투자를 해놓고 한숨짓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주식시장의 침체 이유로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아무래도 정보통신산업의 침체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이후 세계 경제에 활력을 일으키면서, 정보혁명의 진원지이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던 정보통신산업은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거나 매출감소를 보이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은 공해 없는 첨단산업으로, 지식기반경제의 토대로서 각국의 전략산업으로 육성되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산업화에서는 뒤졌지만 정보화에서는 앞선다는 각오로, 기반 투자를 많이 해왔다. 보급률에서 세계 제1위인 초고속통신망, 상용화에서 가장 앞선 이동 통신을 필두로 정보 업종은 업계 최고의 관심이 되어 왔다. 특히 IMF 외환위기 이후 정보통신분야에서 중소 규모 벤처기업을 육성하면서 우리 경제 체질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로 여겨져 왔다.
그렇지만 지난해 중반부터 뚜렷이 나타난 정보통신산업의 위축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급격한 변화를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정보통신산업의 성격을 이해한다면 그렇지 않다. 정보통신산업은 1차적으로 장비와 부품을 만드는 제조업종, 2차적으로 서비스망과 통신서비스 공급업, 마지막으로 소프트웨어 사업, 콘텐츠 개발사업을 포함하여 부가가치 정보를 제공하는 업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10여년 간의 정보혁명 과정에서 사실 장비와 부품 제조업체는 성장하면서 크게 수익을 올렸으나, 서비스망 공급자와 부가가치 정보제공자는 소수 업체가 단기적으로 적지 않은 수익을 올렸으나 대부분 업체는 별다른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나아가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전통산업을 비롯한 경제 전반의 생산성이 단기간에 증가된 것은 아니었다. 단지 통신망을 연결하고 컴퓨터를 들여놓는다고 업무가 개선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멀티미디어 시설을 잘 갖춘 회의실에서 단조로운 내용을 가진 단말기 화면을 똑같이 들여다보면서 회의를 한다고 해서, 좋은 회의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각종 자료를 즉시 활용하고, 결정 절차를 합리화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면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어야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기업간에도 마찬가지다. 전자 상거래를 활용한 구매절차 합리화와 원활한 정보소통이 있어야만 사회 전체적으로 거래비용이 크게 절감되면서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다.
이러한 정보혁명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정보화에 대한 우리 나라 사람들의 생각과 정부의 지원책은 너무 성급한 면을 가지고 있다. 정보화를 꾸준히 진행시키면서 기존 업무를 개선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면서, 조그만 사업 아이템으로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동안 창업된 많은 기업은 사실상 별다른 수익모델 없이 현란한 사업계획으로만 투자 자금을 끌어 모은 점이 있지 않나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투자 지원책도 기술 표준화, 정보 보급, 적절한 평가제도 등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고, 돈 놓고 돈 먹기 식을 부추기지 않았나 생각된다.
우화 속에서 농부는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서 결국 거위를 죽이고 말았다. 지금 우리는 황금알을 많이 낳게 하려고 한꺼번에 먹이를 주어서 거위를 신음하게 만들었다. 양 쪽 모두 조급함 때문에 생긴 것이다. 지나치게 많이 먹은 거위는 그것을 소화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간(肝)을 갖게 된다. 이제 조급함을 버리고 부은 간을 치료할 때다. 그 동안 쌓은 경험을 냉정히 활용한다면 정보통신 분야가 다시 경제 회복의 촉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홍 기 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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