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수소를 이용한 대칭성 연구는 충분히 노벨상을 받을 만한 연구주제다. 만약 이 연구가 노벨상을 받게 된다면 수상자는 누가 될까? 아테나팀의 반수소 연구를 주도한 덴마크의 제프리 행스트 아루스대 교수가 유력한 후보다.그러나 미국 하버드대의 제럴드 가브리엘스 교수는 아테나팀의 성과를 평가절하한다.
유럽핵물리연구소에서 반수소를 연구하는 또 다른 팀인 어트랩팀을 이끄는 그는 아테나팀의 연구논문이 네이처 온라인을 통해 알려진 직후 "양전자와 반양성자가 동시에 소멸한다고 해서 반드시 반수소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새로운 연구보고를 통해 과학자가 자기 실험에 속아넘어가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보여주겠다"고 까지 말했다.
사실상 가브리엘스 교수는 이번에 아테나팀이 동원한 연구방법을 창안한 사람이다. 그는 1981년부터 반수소에 관한 연구를 기획, '자기장 덫'을 사용해 처음으로 반양성자를 가두었고, 그 질량을 정확히 재는 데도 성공했다. 올 여름엔 학회를 통해 "반수소를 거의 만들었다"고 발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너무 신중했거나, 너무 방심한 나머지 결과적으로 아테나팀에 선수를 빼앗겼다.
19세기 정신사적 혁명을 불러일으킨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은 그와 비슷한 연구를 수행한 월러스에게 밀려날 수도 있었다. 월러스가 자신과 비슷한 저서를 이미 쓰고 있다는 말을 들은 다윈은 서둘러 '종의 기원'을 집필했고 역사는 '다위니즘'이라는 이름만 기억하고 있다.
다윈과 월러스는 평생 서로를 존중하며 학문적 동반자로 지냈지만 현실에선 이 같은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같은 연구를 하는 학자들이 등을 돌리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노벨상 역시 간발의 차이나 전후 사정을 이해해 주진 않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노벨상 수상자만을 알아볼 뿐이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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