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국회 국정감사에 이어 14일부터 '대북 비밀지원설'의 진원지인 산업은행에 대한 감사에 들어간다. 산업은행이 2000년 6월 현대상선에 지원한 당좌대출금 4,000억원의 행방이 아직 묘연한데다 당시 대출집행 절차를 둘러싸고 숱한 의혹이 제기된 만큼 이번 감사가 의혹의 실체를 얼마나 규명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감사원 감사를 통해 규명돼야 할 핵심 쟁점들을 정리해본다.■비정상적인 대출집행
2000년 초만 해도 현대상선에 대한 산업은행의 여신규모는 1,000억원 대. 이런 기업에 산업은행은 그 해 6월 7일 기존 여신의 몇 배에 달하는 당좌대월(4,000억원)을 승인했고, 6월 28일엔 900억원의 운영자금을 빌려줬다.
특히 당좌대월의 경우 차입신청서가 접수된 지 불과 이틀 만에 승인이 났으며 신용위원회의 심의도 거치지 않은 채 박상배(朴相培) 부총재(당시 영업1본부장)의 전결로 처리됐다. 당시 현대상선의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도 이런 대출사실을 몰랐다.
■반기(半期)보고서 3,000억원 증발
현대상선의 2000년 반기결산보고서엔 산은 당좌대출금이 4,000억원이 아닌 1,000억원으로 기재돼 있다. 현대상선의 해명대로 단기부채 비중을 낮추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분식회계)이었는지 아니면 또 다른 '저의'가 있었는지 석연치 않다.
은행연합회 기업여신정보(CRT) 누락
각 은행의 대출내역을 취합해 공동관리하는 CRT에도 2000년 6월 당시 4,000억 당좌대출 사실이 통째로 빠져 있다. 산은은 전산오류나 담당직원의 실수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누군가 고의로 누락하지 않는 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금융계의 견해.
■대출장부 조작의혹
산은의 '2000년도 문서접수대장'에 현대상선이 제출한 차입금신청서만 한결같이 '임시번호(가지번호)'로 표기돼, 사후에 끼워넣기를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예를 들어 4,000억원 당좌차입 신청서의 접수번호는 일련번호상 '861'이어야 하는데 다음 일련번호 사이의 공백에 '860-1'로 기재돼 있는 것. "긴급자금이라 먼저 구두로 대출신청을 받고 나중에 차입신청서를 받아 문서대장에 올렸기 때문"이라는 게 산은의 해명.
■대표이사 서명누락 및 위조의혹
현대상선이 4,000억원을 대출받을 때 제출한 차입신청서에 김충식 당시 현대상선 사장의 자필 서명이 빠져 있다. 또한 이후 만기연장 및 대환과정에서 제출한 서류의 대표이사 서명 역시 필체가 제 각각이어서 위조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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