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제 운용 성적표'라는 주식시장의 끝없는 추락은 미국 경기 부진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이 크다고는 하지만 우리 경제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지속적인 저금리를 기조로 내수가 떠받치고 있는 국내 경제는 이제 한계에 달해 그동안 숨어 있던 부작용이 한꺼번에 분출할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급증한 가계 대출은 신용 붕괴로 직결될 우려가 있고, 기업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동산 거품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이고, 물가 불안은 더욱 가시화하고 있다. 여기에 수출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어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금리를 올려야 할 상황이지만 자칫 경기 침체를 부채질할 우려가 있어 현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금통위도 인정했듯, 경제를 위협하는 각종 요인들은 그대로 잠복해 있는 것이다. 이러다가는 우리 경제가 경착륙하는 것은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펀더멘털)이 양호하다거나,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 현상을 핑계로 내세울 때가 아니다. 경제 동향을 잘못 읽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또 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증시가 이렇게 나빠질 줄은 몰랐다"는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은 무척 실망스럽다. 정부의 상황 파악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지 의심스럽다.
정부는 무엇보다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특별한 대책'이 아니고, 또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심리적 공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부터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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