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책잔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9일(현지시간) 개막했다. 54회를 맞은 이번 도서전은 '분열된 세계를 위한 가교'를 주제로 110개국, 6,284개 출판사·서적상 등이 참가해 14일까지 계속된다. 우리나라는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를 중심으로 14개사가 한국관을 공동운영하며 영진닷컴 웅진닷컴 교원 등 8개사는 개별 부스를 설치, 운영한다.■경기침체와 특징없는 도서전
이번 도서전은 유럽의 경기침체로 지난해보다 가라앉은 것이 특징. 대신 중국 출판사가 많이 참가한데다 중국에 대한 유럽인들의 관심도 높아 중국 열기가 거세다. 행사장을 둘러본 이정일 출협 회장은 "2000년, 2001년에는 전자책에 대한 새로운 흐름이 눈에 띄더니 올해는 책의 주제나 형식, 관련 이벤트 면에서 색다른 것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어린이책과 실용서, 가벼운 인문서가 그런대로 선전하고는 있지만 세계 최대의 도서전이라는 명성은 많이 퇴색한 느낌이다.
이번 도서전이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독일의 경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독일은 인구 8,200여만명 가운데 실업자가 400만명에 이른다. 주가도 곤두박질친 상태. 풀커 노이만 도서전 조직위원장도 "독일 출판계 역시 이미 문을 닫거나 도산 위기에 처한 곳이 많다"며 이번 도서전 참가사가 지난해보다 5.8% 줄었고 특히 독일회사는 15%나 감소했다고 전했다. 텅 빈 부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눈길 끄는 중국관
아시아국가들은 일본 중국 대만 한국관이 나란히 부스가 설치돼 있다. 한국관은 정조의 화성행차도와 월드컵 응원장면 등으로 부스를 치장해 예년보다 세련된 모습이다. 일본관과 대만관은 단순하게 책을 전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관은 '출판중국'이란 타이틀을 달고 곳곳에 CHINA라는 영문 형광판을 설치해 참관객의 시선을 모았다. 경제과학출판사, 문물출판사, 중국세무출판사 등 62개 출판사가 지난해보다 20% 가량 많이 책을 전시했다. 분야도 문학 역사 의학 경제 무역 등 다양하다. 부스 안내 데스크에는 유럽 출판인의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5월 베이징(北京) 도서전도 참관했던 전경숙 영진닷컴 경영전략실장은 "서구의 대형 출판사들이 13억 인구를 겨냥, 베이징 도서전에 무더기로 참가하더니 이번에는 반대로 중국 출판사가 대거 참여했다"며 "중국이 아시아 출판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것 같아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로서는 불안한 마음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2년 만에 문 연 북한관
북한은 2000년에 이어 두번째로 참가했다. 9평의 조촐한 공간에 130여종을 전시했다. '김일성 전집' '김정일 장군의 선군정치' 등과 함께 '농업백과사전' 등 사전류가 선보였다. 장성철 조선출판물수출입사 과장은 "책의 표지가 너무 수수해 딴 나라의 화려한 책에 비해 눈길이 덜 갈지 모르지만 내용만은 뛰어나다"며 "특히 고려의학을 집대성한 '고려림상의전'은 벌써부터 외국의 많은 출판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출판계의 움직임
출협은 이번 도서전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우리의 원형을 찾는다' '한옥의 고향' 등 전통문화를 다룬 책을 많이 선보였다. 한국관의 한쪽 부스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문학번역원은 김수영 이문열 김원일 등의 문학작품을 영어 등으로 번역해 전시했다. 문학번역원은 특히 작가 이호철 황석영을 초청, 11일 분단국가와 분단문학에 대해 강연회도 열었다.
/프랑크푸르트=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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