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옆자리에 앉아 함께 공연을 볼 줄 누가 알았겠나."10일 북한 응원단 특별 공연이 열린 부산 아시안게임 선수촌 공연장은 남북 응원단과 선수, 관중이 한 데 어우러진 자리였다. 숙소에 꽁꽁 숨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북한 선수 150여 명이 행사에 참석, 자원봉사자들이 앉아있던 좌석 사이사이에 거리낌 없이 자리를 잡았다. 사진을 함께 찍고, 사인을 받기위해 사람들이 몰려도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다.
이처럼 북한 사람들의 태도가 변했다. 긴장과 낯설음에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던 북한 선수와 응원단이 대회 막바지에 이르면서 표정이 부드러워지고 남쪽 사람들에게 호감까지 표시할 정도가 된 것.
북한 사격팀의 한 선수는 "외국에 나가면 밥맛, 물맛이 달라 고생인데 부산은 그렇지 않았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친근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북한 응원단 김의순 부단장도 "초반에는 고생했지만 지금은 물맛도 괜찮다"고 흡족해 했다.
북한 미녀 응원단의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지난달 28일 부산에 왔을 때만 해도 표정이 굳어있고 시민 환호에 수줍어했던 이들이 적극적으로 변했다. 말을 붙이면 "일 없습네다"로 일관하던 그들이 이제는 "밤공기가 차갑지 않아요"라고 물으면 "시원합네다. 기자 동무는 뭐가 춥다고 움츠립네까"라며 깔깔댔다.
부산 K경찰서 최모(22) 의경이 전하는 북한 응원단의 변화는 더욱 놀랍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여성이 대부분인 응원단은 이제 자신들을 경호하는 또래 경찰들에게 호감을 표시할 정도. 최의경은 "이제는 먼저 말을 걸어 온다"며 "무슨 일을 하느냐, 이름이 뭐냐고 물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경기장에서도 친근한 의경들의 이름을 알아내 부르기도 하고, 매일 다대포항으로 찾아오는 고등학생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는 응원단원도 있다.
응원방식도 '응원을 위한 응원'에서 '즐기는 응원'으로 바뀌었다. 대회 초반 리더의 지시에 맞춰 획일적으로 구호를 외치고 박수를 쳤지만 이제는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드러내는 자유스러운 응원을 하고있다. 하지만 '정들자 이별'이라고 했던가. 처음에는 '향수병'을 호소했던 이들이 떠날 날이 가까워지자 오히려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조직위 관계자들의 얘기다.
/부산=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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