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이 제작해 9일 막을 올린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는 영국 로열오페라극장 프로덕션이란 점에서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로열오페라의 무대와 의상, 연출(엘리야 모신스키)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출연진은 한국 성악가로 채워 업그레이드를 시도했다.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내에서 보기 어렵던 매우 사실적이고 안정감 있는 무대를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음악적으로는 아쉽다. 세련된 의상과 무대 장치, 깔끔하고 효과적인 조명은 좋았지만, 노래와 연기, 합창(국립합창단), 오케스트라(코리안심포니, 지휘 카를로 팔레스키)는 기대에 못미쳤다. 숨 돌릴 틈 없이 파국으로 치닫는 이 극적인 오페라의 특징인 치밀한 심리적 묘사나 가슴이 조여드는 듯한 긴장감을 즐기기엔 음악이 대체로 밋밋했다. 오케스트라는 노래와 잘 맞지 않았고, 불안이나 격정을 터뜨려야 하는 순간에도 얌전한 편이었다. 합창도 2막 초반 데스데모나를 찬양하는 여인들의 합창 같은 대목에선 맥 빠지게 들렸다.
첫날 공연에서 김남두는 아내의 정절을 의심해 죽이고 마는 오텔로의 격렬한 분노와 슬픔을 실감나게 노래했다. 그러나 사랑과 질투 사이에서 흔들리며 괴로워하는 복잡한 심리 묘사에 필요한 섬세함은 부족했다. 보기 드문 훌륭한 소리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의 연기력이 딸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 오페라에서 차갑고 비열한 악당 이아고는 관객의 증오를 한 몸에 받을 만한 전율적 카리스마를 드러내야 하지만 우주호의 이야고 역에서는 그런 에너지가 충분히 느껴지지 않았다. 반면 데스데모나 역 조경화는 죄 없이 죽어가는 아름답고 순결한 여인의 고통을 잘 전달했다.
이날 한글 자막은 오역과 오자가 눈에 띄었고 무대 장면과 맞지 않게 떠서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공연 팸플릿에서도 오류가 발견됐다. 예술의전당이 국내 최고의 공연장이자 유일한 오페라극장을 가진 곳임을 생각하면, 이런 작은 실수도 없어야 할 것이다.
공연은 오늘(12일) 끝난다. 김남두 우주호 조경화 팀과 나란히 더블 캐스팅된 신예 이동현 김승철 김은정 팀이 출연한다. (02)580―1300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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