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츠카 아키라 지음·박맹수 옮김 푸른역사 발행·1만원일본의 진보적 역사학자 나카츠카 아키라(中塚明·72) 나라여대 명예교수가 청일전쟁의 도화선이 된 경복궁 점령사건의 전모를 밝힌 '1894년, 경복궁을 점령하라!'가 번역, 출간됐다. 나카츠카 교수는 청일전쟁 100주년인 1994년 후쿠시마 현립도서관 '사토문고'에서 옛 일본 육군참모본부가 만든 '일청전사'(日淸戰史) 초안을 찾아내 공식 기록인 '메이지 이십칠팔년일청전사'의 내용이 완전히 날조된 것임을 밝혀냈다.
저자에 따르면 청일전쟁 발발 이틀전인 1894년 7월23일 일본군이 경복궁에 난입해 고종을 볼모로 잡고 대원군을 옹립한 이 사건은 일본의 주장처럼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개전 명분 획득과 군수품 징발을 위해 주도면밀한 계획 아래 이뤄졌다. 또 조선군의 저항이 15분만에 끝났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오전 7시30분까지 3시간 가량 총격이 이어졌으며, 일본군이 고종 앞에서 칼을 빼들고 위협해 '포로'로 만들었다는 사실 등도 새롭게 확인됐다.
나카츠카 교수는 사건의 진실 외에 일본이 보도통제와 문서 위조 등을 통해 진상을 조직적으로 왜곡, 은폐한 과정도 조목조목 밝혀냈다. 그는 일본 근대사에서 '부분 중의 부분'에 불과한 이 사건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일본이 제국주의 국가로 세계사에 등장하는 계기가 된 청일전쟁 최초의 무력행사이며, 당시 자행된 일본의 역사날조가 지금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는 최근 일부 학자의 역사 왜곡에 대해 "애국을 사칭한 이 역사관은 섬나라 일본에서는 어느 정도 통용될지 몰라도 한 걸음만 나가면 어떤 나라도 상대해주지 않는다. 백년 동안의 거짓을 끝낼 것인지 아니면 거짓 위에 다시 거짓을 덧칠할 것인지, 패전 반세기를 지난 지금 일본인은 그 물음에 답해야 한다"면서 국민의 자각을 촉구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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