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가 출시된 지 1년만인 2001년 6월 미국의 전국지 유에스에이투데이(USA Today)는 'SUV의 확실한 계승자'라는 제하의 기사(6월18일자)를 실었다. 이 기사는 미국 포드의 이스케이프나 일본 도요타의 RAV-4에 대한 것이 아니라, 현대차의 싼타페를 다룬 것이었다. 이 신문은 "싼타페는 동급 차종보다 사양, 기능, 가격, 디자인 면에서 조화를 이룬 훌륭한 차"라고 격찬했다. 기사는 또 "현대차는 한국차가 얼마나 많은 발전을 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무서운 경쟁상대인지를 다른 경쟁자에게 알리기에 충분한 차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싼타페는 역설적으로 '현대차'가 아니다. 세계 시장에서 기존 현대차와는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는 의미에서 '현대차'가 아닌 것이다. 또 그전까지 현대차가 차를 만들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현대차'가 아니다. 싼타페는 '업그레이드 현대차'의 '본격적인 글로벌(세계적)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판매 추세가 싼타페의 성공을 입증하고 있다. 싼타페는 2000년 국내에서 출시된 뒤 6개월동안 2만여대 팔렸고, 지난해에는 연간 5만4,000여대가 나갔다. 올해에는 7만대 판매가 예상되고 있다.
수출 성장률은 현기증이 날 정도다. 2000년 9월 현지판매를 시작한 싼타페는 가파른 판매신장세를 보이며 지난해 5만6,017대가 해외에서 팔렸다. 올들어 8월까지 월평균 6,000대 이상을 판매, 1∼8월 누계(6만415대)가 전년 동기(3만9,451대) 대비 53.1% 성장했다. 8월에는 8,012대가 팔려 월간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싼타페 성공의 1등 공신은 '퓨전형 SUV'라는 제품 차별화였다.
현대차는 싼타페 기획단계였던 1990년대 중반 레저용 차량(RV)에 대한 수요동향 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특징을 발견했다. SUV 보유자중 66%가 선택의 폭이 좁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중형 승용차를 갖고 있는 소비자들은 기존 SUV의 승차감과 소음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 시장조사에서도 기존 SUV가 승용차 같은 주행 및 핸들링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자동차 시장 또한 박스 타입의 정통 SUV에서, SUV의 장점에 세단 등의 장점을 결합한 크로스 오버(cross-over)형 SUV로 옮겨가는 추세였다.
목표 고객은 자영업 또는 전문직, 사무직에 종사하며 월 소득수준 250만원 이상의 28∼45세의 남성으로 잡았다. 목표 고객들은 공히 레저용 뿐만 아니라 출퇴근시에도 쓸 수 있는 성능과 디자인을 원하고 있었으나, 승용차 보유자는 안전성을, RV 보유자는 승차감과 정숙성을 기대하고 있었다.
디자인 개발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칼텍 디자인 연구소에서 진행됐다. 인테리어는 유럽 스타일로 하고, 외부 디자인은 근육질의 자연적 이미지를 추구했다. 승용차를 능가하는 세련된 디자인과 적절한 차체 크기도 포인트였다. 디자인 초기부터 경쟁사의 어떤 SUV보다 독특한 형상에서 출발했고, 결국 독창적인 디자인이 나왔다. SUV의 선발주자였던 일본 차들이 밋밋한 스타일을 가졌던 반면 싼타페는 커다란 체구의 미국인답게 근육질의 강인한 모습으로 태어나게 됐다. 인테리어에서는 코카콜라 1.8㏄짜리 페트병도 충분히 넣을 수 있는 대형 컵홀더를 장착하는 등 현지화에 세심한 배려를 했다.
엔진은 커먼레일 직접분사(CRDi·Common Rail Direct injection) 엔진을 채택, 출력을 강화하고 연비를 개선했다. CRDi 엔진 채택으로 기존의 동급 디젤엔진에 비해 출력은 약 24%, 연비는 약 15% 높아졌고, 소음과 진동 및 배기가스는 낮아졌다.
현대차는 아울러 현지에서 요구하는 품질수준을 갖추기 위해 각종 테스트도 대부분 미국인에 의해 미국에서 시행할 정도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추구했다.
싼타페(Santa Fe)라는 브랜드 명은 미국 뉴멕시코주의 주도로, 록키 산맥 남쪽 고지대의 고대 푸에블로 인디언 거주 지역 이름에서 따왔다.
가격 정책도 공격적으로 구사했다. 북미 시장에서 싼타페의 평균 판매가격은 2만달러선(약 2,4000만원)인데, 이는 포드 이스케이프의 95%선이다. 예전의 현대차가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가격보다는 품질과 성능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현대차의 숙원이 싼타페에서 첫 결실을 본 셈이다.
2000년 9월에 싼타페 2륜 구동 LPG 차량을 산 유모씨는 "싼타페는 승차감과 안정감이 좋고, 디자인도 맘에 든다"면서도 "잔고장이 많은 게 흠"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싼타페 구입 1년도 안돼 배터리를 교체했고, 연료 계기판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부 평가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싼타페를 통해 그 동안 소형 승용차 중심의 저가 메이커라는 이미지를 벗고 종합 자동차메이커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싼타페는 이런 의미에서 국내 자동차 업계의 수출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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