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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가을축제는 넘치는데… "마치 난장판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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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가을축제는 넘치는데… "마치 난장판 같아요"

입력
2002.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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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아니라 난장판이었습니다." 회사원 강모(33)씨는 동료 3명과 함께 지난주 말 '전어축제'가 열린 충남 서천군 홍원항에 갔다 기분만 망쳤다.안내 표지가 없어 서천군을 30분 가량 헤매야 했고, 물어물어 찾아간 행사장 주차장도 안내 요원이 나와있지 않아 아수라장이었다. 화장실도 오물이 넘쳐흐르고 있었고,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 악취가 진동했다. 강씨는 "이런 식으로 행사를 하면서 어떻게 관광객들을 모으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흥분했다.

가을을 맞아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축제를 잇달아 주최, 후원하고 있지만 부실한 준비에다 한몫 잡기에 혈안이 된 상인들의 바가지 상혼이 버무려져 관광객들을 우롱하고 있다.

▶"이런 걸 축제라고 하나"

울산시는 4일 '처용 문화제'를 개최하면서 태화강 둔치 일대에서 학생 3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서예휘호대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주최측이 책상이나 화판을 준비하지 않아 참가자들은 '맨땅' 위에 화선지를 놓고 글씨를 써야 했다. 참가자 학부모인 김모(43·여)씨는 "주최측이 관광객의 돈을 긁어낼 생각만 하고 구색 갖추기로 행사를 준비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성토했다.

서천군 전어축제 개막식 행사장에서도 촌극이 빚어졌다. 행사주최측은 축제행사의 하나로 '전어 요리·시식 행사'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정작 얼마 안되는 음식을 내놓았고, 그나마도 이날 참석한 군의원 등 유지들이 모두 먹어버려 관광객들은 침만 삼켜야 했다.

경남 통영시가 주최한 통영나전칠기 축제에는 주최측의 형식적이고 실속 없는 이벤트 중심 행사에 항의한 나전칠기 기능 보유자들이 집단적으로 참여를 거부, 알맹이 없는 빈껍데기 축제로 전락했다.

▶축제마당에서 관광객은 봉

행사장 내 임시식당을 분양받은 상인들과 몰려든 노점상, 인근 식당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바가지'를 씌우는 등 한몫 잡기에 혈안이고, 자치단체는 단속에 팔장을 낀 구태도 여전했다.

11일까지 인천 남동구청 주관으로 열리는 '소래포구 축제'를 찾았던 박모(45·여)씨는 식당에서 꽃게탕을 시켰다가 시중보다 1만원 이상 비싼 5만원이라는 얘기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북 김제시에서는 지평선 축제의 부대행사로 '쌀과 농경 문화 특별전'을 열면서 행사 기획사가 예년에 없던 입장료를 갑자기 징수, 관광객들의 빈축을 샀다.

▶부실 졸속 준비 안된 축제

충남 부여군에서 열린 제48회 백제문화제에서는 주최측이 배수로 등 기본 시설도 갖춰놓지 않은 채 백마강 둔치에 60개 임시 음식점을 유치, 음식점들이 설거지물 등을 백마강으로 그냥 흘려보내 둔치 잔디밭과 강변에 악취가 진동하는 등 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다. 또 대부분의 가을 축제장이 수십만 인파가 몰려들 것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주차 시설과 교통량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행사장을 찾은 관광객들을 짜증스럽게 했다.

/인천=송원영기자 wysong@hk.co.kr 부여=이준호기자 junhol@hk.co.kr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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