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주지 지홍 스님)를 찾은 사람들은 달라진 조계사의 모습을 보고 놀란다. 대웅전 앞 마당이 두 배 이상 넓어졌고 우정로 상가 건물 사이로 좁게 난 출입구는 주변 건물이 철거돼 시원하게 트였다. 여기에 토담을 쌓고 20여 그루의 나무를 심어 경내가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그 동안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사찰이면서도 협소한 공간 속에 세워져 사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던 조계사가 최근 전통 가람(伽藍)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하면서 도심 속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조계사는 올 초부터 도량정비 작업에 들어가 절 앞 마당에 들어와 있던 인쇄소와 음식점 대지 등 250평을 사들여 대웅전 앞마당을 2배 이상 늘렸고 최근 기존 출입구 자리에 전통 사찰의 입구 격에 해당하는 일주문을 건립하는 공사를 시작했다.
또 내년 말이면 검게 퇴색된 총무원 청사가 헐리고 '한국불교 역사문화기념관'이 완공될 예정이어서 조계사 외관이 한결 깨끗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념관은 지하3층, 지상5층 현대식 건물로 전통문화예술 공연장, 성보문화재실, 한국불교역사실, 불교문화정보센터 등이 들어선다.
사찰 내 주요 시설도 전통 가람의 배치와 외형에 맞춰 바뀐다. 조계사는 6일 대웅전 해체보수 작업에 들어갔다. 1938년 완공된 대웅전이 낡아 안전상의 문제도 크지만 증산교의 한 분파였던 전북 정읍의 보천교 본소 건물을 그대로 옮겨와 불단(佛壇) 닷집 다다미식 마루 등이 전통 불교양식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또 사방문(四防門)을 갖춘 도심 사찰의 양식에 맞추기 위해 대웅전의 남쪽 대지를 추가로 사들여 동서남북에 각각 출입구를 만들 예정이다. 현재는 대웅전을 기준으로 동쪽에는 일주문이 들어설 출입구와 서쪽의 해탈문만 있는 상태다. 대웅전 불사(佛事)가 끝나면 5층 목탑 형식의 신행공간인 만불전을 세우고 가건물인 종무소도 헐어 대웅전 동남쪽에 전통 가옥 형태로 다시 지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조계사는 역사문화기념관 건립공사가 끝나는 대로 영가기도를 드리는 대웅전 바로 뒷편의 덕왕전을 해체하고 사찰과 기념관 사이에 울타리를 조성해 우정총국에서 수송공원까지 이어지는 시민공원을 조성할 계획이어서 열린 사찰의 모습도 갖추게 된다.
한편 25일 창건 92주년을 맞는 조계사는 19일부터 27일까지 경내에서 조계사 경내 건축물과 주변 지역의 변천사를 돌아보는 사진전을 갖는다. 또 24일 오후 2시 불교회관에서 조계사의 문화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조계사 포럼' 세미나를 연다. 세미나에서는 전통문화벨트인 경복궁―북촌―우정총국―조계사, 인사동―창덕궁―창경궁을 연계하는 방안들이 발표될 예정이다. 문화재 전문가, 건축전문가, 불교인 등이 참여하는 조계사 포럼은 올 4월부터 매달 열리고 있다.
1999년 주지로 부임한 지홍 스님은 "중장기 불사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면 조계사는 불자들은 물론 서울시민, 외국인 관광객이 함께하는 쉼터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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