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심리적 공황 양상을 보이고, 신용버블 붕괴 우려속에 내수가 침체 기미를 보이는 등 경제가 한 치 앞을 내다 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정부는 국내 실물경제의 호조세를 주장하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전 지구촌을 뒤덮고 있는 시장의 거대한 불안감에는 무력한 모습이다.특히 내수 위축 조짐과 증시폭락으로 경기침체(디플레)의 위험이 있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부동산시장 불안과 가계대출 급증세로 인플레가 우려되는 극심한 '냉온탕 경기' 탓에 마땅한 정책수단을 가동하기도 어려운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증시 폭락으로 심리적 불안 증폭
세계증시의 동반폭락 여파로 10일 종합주가지수 600선마저 무너진 국내 증시는 지난 1주일 사이 66.88포인트가 폭락하며 향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국내 증시의 폭락사태는 일단 세계증시 악화의 파장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9일 미국의 다우존스지수는 7,300선이 붕괴돼 5년내 최저치를 경신했고, 연일 폭락해온 일본 닛케이 지수도 8,400 수준까지 힘없이 주저앉았다.
세계증시의 최근 급락세는 미·이라크 전운 고조 등 그동안 금융시장을 짓눌렀던 막연한 불확실성에 더해 본격적인 경제회복 둔화세, 또는 디플레이션 확산에 따른 장기침체 가능성 등 실물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에 따른 것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라크전과 증시 침체 외에 미국 경제를 위협하는 3대 요소로 디플레이션 우려와 기업들의 파산위기 고조, 추가 기업비리 스캔들 등을 지적하며 실물경제의 위기 조짐을 경고했다. 세계 경제의 기관차인 미국 경제가 가라앉는다면 세계경제 역시 같은 길을 갈 수밖에 없다.
국내 주식시장의 동요는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탈로 인한 환율상승을 촉발하고, 회사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내외 변수에 흔들리는 국내 경제
그동안 증시 침체에도 불구하고 우리 실물경제는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였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경기를 견인해왔던 내수의 둔화 조짐이 점차 가시화하는 데다, 수출 역시 주춤한 상태라 향후 경기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10일 발표한 대형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9월 백화점 매출이 추석 특수에도 불구하고 작년 동기에 비해 오히려 1.4% 감소했다. 당초 산자부는 5.1% 정도 증가를 예상했다. 2월 18.8%를 정점으로 1분기까지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15개월만의 첫 감소세는 내수 침체의 신호탄으로 해석될만 하다. 이런 추세는 9월 자동차 내수 판매대수 역시 7.4%로 감소하고, 고급냉장고 판매량 역시 줄고 있는 점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대외 불안의 국내 경제 파급경로인 수출 역시 문제다. 정부 관계자들은 "수출 증가율이 여전히 두자릿수를 유지하고 있고, 일별 수출량도 증가세를 보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9월 수출만 해도 당초 기대치(20%)에 크게 못 미치는 12%대에 머무는 등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재경부 관계자도 "향후 미국 등 세계경제가 침체한다면 수출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수출 악화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경제의 성장기반은 사실 취약하다"며 "최악의 경우 최근 우려되는 가계신용 및 부동산버블이 붕괴단계로 돌입할 경우 우리 경제 역시 복합불황과 장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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