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지나는 골목길에서 부쩍 눈에 많이 띄는 것이 커피 전문점이다. 몇 평 남짓한 조그만 크기의 가게가 수리를 하는가 싶으면 어느덧 커피전문점이 들어서 온 동네에 원두 커피향을 풀어낸다. 이런 날 산뜻한 가을 햇살까지 가세한다면 정말 신나는 하루가 시작 된다. 마치 조간신문의 운세란에서 '고민하던 일이 풀린다'는 구절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랄까.아침부터 밥 보다 카페인으로 정신을 차리고도 식사 후에 다시 다방커피라 불리는 달달한 커피를 찾는다. 오랜 외국생활에 원두 맛이 몸에 밴 내가 한식을 먹고 난 후에 찾는 것 역시 다방커피. 얼마 전 자기 나라로 돌아간 외국인 친구에게 한식을 먹은 후엔 이 다방 커피를 마셔야만 한다고 주장했더니 그도 지하철 구내에 있는 자판기 커피가 그립다고 맞장구를 쳤다. 다방커피에 대한 나의 기억은 60년대 어린시절로 거슬러 간다.
당시 유행했던 모닝커피라는 것은 인스턴트 커피와 설탕, 프림을 넣고 달걀 노른자를 넣어 걸죽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나는 것이었다. 집에서 막내였던 나는 언니가 먹다 남긴 달달한 커피를 몰래 마시며 성인의 맛을 음미했다. 그때의 맛은 오늘날 노른자만 빠진 채 다방 커피라는 이름으로 정착된 듯하다. 걸죽하고 입술에 척척 달라붙는 맛이 진하고 강한 우리 음식들과 아주 잘 어울린다.
원산지가 이디오피아인 커피(coffee)라는 말은 터키의 'kahveh'에서 온 말로 와인을 의미한다. 종교적인 이유로 알코올이 든 와인을 마실 수 없는 회교도들이 애용했던 커피는 10세기에는 아라비아의 운동선수들이 잘게 부숴 씹어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13세기에 와서야 깨끗이 씻고 볶는 가공을 거쳐 액을 추출해 먹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1554년 상거래의 중심지였던 콘스탄티노플에 처음 커피하우스가 생긴 후 여행자들에 의해 유럽에 까지 전해지게 된다. 극진한 손님 접대을 위해 빠뜨릴 수 없는 커피는 건강을 증진시키고 감기, 두통을 치료하고 정신을 맑게하는 신비의 열매로 알려지게 됐다.
커피는 요리에도 응용할 수 있다. 케이크를 만들 때 바닐라액 대신 커피농축액을 넣으면 커피케륲이 된다. 디저트로 티라미스나 쿠키를 만들 때 커피농축액을 넣어도 색다른 맛을 낼 수 있다. 커피농축액은 인스턴트커피가루에 뜨거울 물을 조금 부어 만들면 된다. 커피빈을 그대로 올려 굳힌 초콜릿이나 커피빈에 초콜릿을 입힌 것도 재미있다. 커피에 대해 몸에 좋고 나쁘고를 따지기 보다, 그때그때 기분에 맞춰가며 자기만의 독특한 커피문화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오정미 푸드스타일리스트 foodart@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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