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63빌딩보다 더 높은 아파트, 겨우 4개동에 무려 1,300가구가 거주하는 초고층· 초고밀도의 새로운 개념의 주거공간이 25일 오픈한다. 이날부터 입주에 들어가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 팰리스'는 1999년 분양당시부터 주거문화의 신기원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숱한 화제를 뿌렸다. 최근에는 프리미엄이 분양가를 추월해 다시 한번 '위력'을 실감케 했다. 타워 팰리스에 이어 서울 곳곳에 이와 유사한 아파트들이 잇따라 입주를 앞두고 있어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는 현실적인 주거개념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런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는 교통· 환경문제 등 여러 부작용을 빚어 도시공간정책에 새로운 숙제거리가 된 것도 사실이다.
■초고층 아파트 무엇이 다른가
도곡동 숙명여고 건너 양재천변에 자리한 타워팰리스1차는 4개동에 1,499세대 규모로 이 가운데 1,297세대가 주거용인 주상복합아파트. 42∼66층의 초고층에 최고의 시설과 마감재를 사용한 초호화 주거공간이다. 첨단 출입통제시스템 등이 갖춰진 단지 입구는 마치 호텔 출입구를 방불케 한다.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탁 트인 전망이 두드러진다. 특히 57평형 등 북쪽으로 서울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는 가구는 남향으로 배치된 가구에 비해 인기가 더 좋다. 주거 시설도 기존 아파트의 형식을 파괴해 호화스러운 느낌을 극대화했는데 1, 2층과 34층에 마련된 공동 커뮤니티공간이 압권이다.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안내 데스크, 단체 손님을 맞이할 수 있는 '게스트 룸', 헬스장, 게임방, 영화감상실 등 온갖 편의시설이 망라돼 있다.
초호화 아파트에 걸맞게 가격도 하늘을 찌를 기세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가격이 너무 높아 실제 거래는 거의 없지만 시세는 평당 2,0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평균 3억2,000만원에 분양된 35A평형의 경우 웃돈만 3억3,000만원이 붙어있는 상태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도 "기획 단계부터 강남일대의 중상류층 이상을 타깃으로 삼아 분양신청을 받았다"며 "도곡동 일대의 정관계 유력 인사들이 분양을 받아 이주하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설명했다. 김석수 총리도 그 중에 끼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단지에 주변환경을 중시하는 기존 아파트 단지의 패러다임을 벗어난 타워팰리스는 주거문화의 새 지평이다. 아파트전문 웹사이트 아파트클릭의 전일(40) 대표는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는 서구화하는 우리 사회의 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주거형태"라며 "앞으로 대표적인 고급 주거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환경 저해하는 골리앗?
타워팰리스의 화려함 뒤에는 교통환경 악화의 주범이라는 그늘도 존재한다. 1차 단지 입주민을 위해 만들어 놓은 주차용량은 3,700대 규모. 인근에 최근 들어 대림아크로빌, 아카데미스위트, 우성캐릭터빌 등 30∼40층짜리 건물이 잇따라 들어서 이미 교통지옥인 실정이다.
이 지역 출퇴근 시간의 평균교통속도는 10∼33㎞/h로 타워팰리스까지 가세하면 속도가 3∼4㎞/h 더 떨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1차와 비슷한 높이의 7개동 아파트 2차와 3차가 내년 초부터 추가입주를 앞두고 있다. 강북에 직장을 둔 한 주민은 "새벽에 나가는 것 이외는 달리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강남구청측도 "교통량이 포화상태라 중장기 대책이 요구되지만 당장은 고급 마을버스 투입 등 대중교통 수단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며 속수무책임을 밝혔다. 또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일조권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다. 한 주민은 "베란다에서 양재천이 내려다 보였던 남향 조망이 초고층 빌딩숲으로 엉망이 됐다"고 지적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주훈기자 nomad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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