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91주년을 맞은 중화민국 건국기념일(쌍십절)은 대만의 외교적 고립을 새삼 확인하는 자리였다. dpa 통신은 이날 타이베이(臺北)에서 열린 쌍십절 행사에 참석한 대만의 수교국 원수가 두 명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중남미 소국 코스타리카 대통령과 카리브해 섬나라 세인트크리스토퍼네비스의 행정수반이었다.
집안잔치로 그친 쓸쓸한 쌍십절 행사는 거대하게 부상하는 중국과 날로 벌어지는 대만의 국제적 격차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대만의 수교국은 중남미와 남태평양, 아프리카 지역의 약소국 27개 국에 불과하다.
쌍십절은 1911년 신해혁명과 동시에 탄생한 아시아 최초의 공화국인 중화민국 건국을 기념하는 날. 대만은 지금까지 국부 쑨원(孫文)과 중화민국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전체 중국의 적통임을 자처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반향은 거의 없다. 대만이 정식 국호인 중화민국보다 '타이완'으로 국제사회에서 불리는 것은 중국의 압력과 영향력 때문이다. 대만의 고립은 1949년 장제스(蔣介石) 전 총통이 국공 내전에서 밀려 대만으로 패주해 국제적 영향력을 상실하면서 이미 시작됐다. 여기다 미국이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밀착하자 대만은 기댈 언덕을 잃게 됐다. 71년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중국의 유엔 가입(대만 탈퇴), 72년 중·일 수교, 79년 중·미 수교는 대만에 연속 치명상을 입혔다.
88년 취임한 최초의 대만 출신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은 '대만의 대만화'를 내걸고 국제적 고립 탈피에 나섰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이른바 공세적인 경제원조로 수교국을 사겠다는 '은탄(銀彈)외교'까지 펼쳤지만 중국의 벽에 부딪쳐 빛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마케도니아와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가 지난해부터 잇따라 중국으로 외교관계를 전환했다.
2000년 반세기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대만의 정체성 재확립에 나섰지만 호응은 적다. 대만의 독자노선보다는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설정이 우선이라는 재계와 야당의 목소리가 더 크다.
陳 총통은 이날 축사에서 "중국은 대만 무력통일 정책을 포기하고 대만을 겨냥한 미사일을 철수하라"고 촉구했다.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임을 인정하라는 중국의 압력과 국제적 관심을 촉구함으로써 이를 피해가려는 대만의 줄다리기가 이번 쌍십절에도 주제였다.
/배연해기자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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