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중동의 강호 이란의 벽에 막혀 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16년만의 아시안게임 정상복귀 꿈도 날아갔다.한국은 10일 부산 구덕주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축구 이란과의 준결승에서 전후반과 연장 120분을 득점 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5로 패했다.
두번째 키커 이영표의 슛이 오른쪽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나가는 불운 끝에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한국은 월드컵 4강 신화의 축구강국에서 졸지에 아시안게임 4강 탈락국으로 전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방콕대회 챔피언 이란은 태국을 3―0으로 완파한 일본과 13일 패권을 다툰다.
김은중과 이천수를 최전방에 내세운 한국은 초반부터 매섭게 몰아붙였지만 이란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월드컵 4강의 면모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좌우돌파에 이은 센터링 등 단조로운 공격패턴과 골결정력 부재도 여전했다. 이렇다 할 전술이 눈에 띄지 않는 졸전이었다는 평도 나왔다. 거스 히딩크 감독 이전의 '뻥축구'로 돌아간 게 아니냐는 허탈감을 남긴 경기였다.
전반 9분 김두현이 골에리어 오른쪽에서 슛한 볼이 왼쪽 골대를 맞는 가 하면 연장 전반 13분 이동국의 중거리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나오는 등 '골대 징크스'도 뒤따랐다. 공수 조율사 박지성이 과감하게 중앙을 돌파한 뒤 이천수 등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주고 최태욱과 이영표도 미드필드를 누볐지만 두터운 수비벽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축구인들은 "박항서 체제 흔들기 등 월드컵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대한축구협회 등의 책임이 적지 않다"며 "4강 신화의 꿈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아시안게임특별취재단
■"월드컵신화 넉달도 못가다니…" 충격의 3만 관중
스탠드를 가득 메운 3만여 관중은 한국의 패배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월드컵 4강 신화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부산벌에서 6월의 감동 재연을 꿈꾸던 관중은 이영표의 승부차기 슛이 빗나가자 입을 다물지 못했다. 120분 내내 초조하게 골문만 쳐다보던 팬들은 승부차기로 접어들자 4강 진출을 확정지은 월드컵 스페인전 승부차기의 짜릿한 흥분을 다시 한번 기대했다.
그러나 이내 물거품이 됐다. 이운재도 월드컵 때의 명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뭔가 해보자'는 굳은 각오도 읽기 힘들었다.
이란의 다섯 키커는 모두 골을 성공시키며 월드컵 4강이 '흐르는 강물'에 불과했음을 일깨웠다. 팬들은 "축구강국의 자존심은 넉 달도 가지 않아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며 아쉬워했다.
/부산=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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