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 이은 태권소녀 김연지(21·한국체대)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김연지의 아버지 김철환(49·독일거주)씨는 1973년 제1회 세계선수권과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했다. 태권도 사범 해외진출 붐이 일었을 때 독일로 간 김씨는 거기서 딸을 낳았고 '연지 곤지'에서 이름을 따 연지로 지었다. 걸음마 삼아 태권도를 익힌 연지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 6년 전 한국으로 왔고 지난해 제주에서 열렸던 제8회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 태권도 사상 처음으로 '부녀 세계선수권'의 주인공이 됐다. 김연지는 부모가 지켜보는 가운데 라이트급(63㎏) 결승서 중국의 리우린을 장기인 뒷차기로 몰아붙여 3―0으로 앞선 뒤 내내 리드를 뺏기지 않고 낙승했다.
남자 핀급(54㎏)에서는 박희철(24·삼성에스원)이 대만의 추무엔과 7―7로 비긴 뒤 우세승을 거두고 한국에 태권도 첫 메달을 선사했다.
1라운드를 2―1로 앞선 박희철은 3라운드 초반 나래차기를 연속 허용, 4―6까지 뒤져 위기를 맞았으나 자신도 나래차기로 반격, 종료 50여초전 7-6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추무엔은 종료직전 뒷차기로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으나 끝내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1995년 최연소 국가대표 기록을 세우기도 했던 박희철은 97년 연습도중 발목을 크게 다쳐 2년여를 쉬었으나 다시 운동에 전념, 태극마크를 되찾은 투혼의 주인공. 지금도 발목에 통증을 느껴 테이핑을 해야 할 정도다. 박희철은 "다시 태어난 것 같이 기쁘다. 내년 세계선수권과 아테네올림픽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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